[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1, 2세트를 내주고 코너에 몰렸다.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1차전을 내줬기 때문에 2차전 마저 패한다면 3차전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그랬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17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대한항공과 2차전에서 1, 2세트를 먼저 내주고 끌려갔다.
에이스 문성민이 부진한 탓이 컸다. 하지만 문성민이 페이스를 회복하기 시작한 3세트부터 반격을 시작해 극적인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1차전을 패했던 현대캐피탈은 2차전을 잡으며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문성민은 2세트까지 공격성공률이 40%대에 그쳤지만 3~5세트에서 힘을 냈다.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36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도 55.17%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에서도 끌려갔다. 8-11까지 리드를 허용해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최민호의 오픈 공격이 연달아 성공하며 반격의 발판을 만들었고 송준호의 퀵오픈으로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15점째를 올렸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문성민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던 1세트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짧은 세트 교대 시간을 이용해 문성민에게 한 가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성민이에게 '너는 문시호의 아빠'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호는 문성민의 아들 이름이다. 문성민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꺼낸 말인 셈이다. 그런데 최 감독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최 감독은 취재진에게 "죄송하다,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 성민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흐느끼던 최 감독은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문성민은 지난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 부진했다. 최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와 2차전 전날(26일) 문성민에게 강한 어조로 얘기를 했다.
최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잘하지 않는다. 올 시즌에도 세터 노재욱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현역 선수 시절부터 10년 이상을 배구 선·후배로 지내온 문성민에게 작정하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그는 "성민이에게는 '결정적인 순간 해결을 하는 능력이 모자르다"고 했는데 말을 해놓고 보니 저말 후회가 됐다"며 "그런 부분이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3세트부터 최 감독이 바라던 모습을 조금씩 찾았고 소속팀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문성민도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1차전에서 보인 그런 모습 때문에 내 스스로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감독님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책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팀 동료들도 경기 중 계속 힘을 실어줬고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의 쓴소리와 눈물이 에이스 본능을 일깨운 셈이다.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현대캐피탈은 29일 안방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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