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고비를 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경기를 3승 1무 2무 2패(승점 13점)를 거두며 이란(17점)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12점)이 카타르(4점)를 1-0으로 꺾고 여전히 한국을 따라와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한국의 일정은 험난하다. 6월 13일 카타르 원정을 치른 뒤 8월 31일 이란과 홈 경기를 갖는다.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최종전으로 최종예선을 마감한다.
전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남은 3경기 모두 쉽게 볼 경기가 하나도 없다. 카타르는 홈에서 3-2로 이겼지만,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병을 안고 있다. 시리아전 무실점이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란에는 2012년 10월 16일 이후 치른 4경기 모두 0-1로 패했다. 홈에서도 쉽게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우즈베키스탄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에 골득실로 밀린 아픔을 이번에는 꼭 만회하겠다며 달려들고 있다. 역대 전적이 10승 3무 1패라지만 무소용이다. 최근 5경기 전적은 3승 2무로 한국이 앞서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고무줄처럼 팽팽했다.
게다가 원정이라는 점에서 승부를 가늠하기 더 어렵다. 원정 전적은 1승 2무다. 우즈벡 원정 전까지 최소 승점 3점 차이 내지는 골득실, 다득점에서 월등함을 보여주지 못하면 무척 어려운 원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과의 3파전이라고 가정하면 더 그렇다.
대표팀의 경기력과 전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리아전 승리로 생명 연장에 성공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명확한 신뢰 확립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서는 경질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신뢰를 말했지만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볼 수만은 없다.
선수들이 슈틸리케 감독을 옹호하며 감싸고는 있지만,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책임은 늘 감독만 졌고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주장의 책임감으로 한 말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있다.
다만, 강한 비판은 선수단 내부의 신뢰가 금이 가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문화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선수들'이라는 표현으로 대표팀 전체를 의미했지만 서로 체감의 차이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조직력이라는 차원에서 끈끈한 팀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사령탑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익명을 원한 K리그 구단의 한 감독은 "감독이 중심을 잘 잡는다면 선수단 분위기도 문제없이 간다. 서로 뭉치자며 신뢰가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7경기 과정을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단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 같지는 않다. 선수들과 가교 역할을 하라고 차두리 전력분석관, 설기현 코치를 영입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효과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좋은 컨디션의 선수를 뽑는 것"이라는 자신의 대표팀 선발 원칙을 일부 무너뜨린 점도 일부 신뢰하락을 자초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아는 선수'에서 벗어나 '잘하는 선수'로 범위를 넓혀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남은 3경기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선수 확보가 우선이다. 사실 이미 최종예선이 진행 중이고 상대팀에 뻔한 선수들이 노출됐다. 어렵기는 하지만 (대표팀 소집) 바로 직전은 아니어도 6개월 정도는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잘했던 선수를 선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나 뛰는 리그 등 환경과 조건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겠지만, 실력이 충분하다면 '히든카드'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이 끝난 뒤 "대표팀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나름대로 폭넓게 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향후 결과에 따라서는 지도자 공백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뢰를 꽤 잃은 슈틸리케 감독이 사임하거나 경질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축구계에서는 솔솔 나오고 있다. 자연스러운 사령탑 '승계작업'을 위해서는 가급적 현 대표팀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또 다른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슈틸리케호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던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U-20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A대표팀 사령탑으로 승격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한 카드다.
김 위원은 "외국인 감독 선임은 어렵다고 본다. 국내 지도자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후보군이 있어야 하겠지만 사실상 신 감독이 전부라고 본다. 경험도 풍부하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해외 지도자를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나마 국내 지도자 중 고르라면 신 감독이 적임자라고 본다. U-20 월드컵 결과를 봐야겠지만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동시에 '골든타임'도 흐르고 있다. 6월 카타르전까지는 2개월 반 정도의 여유가 있다. 통렬한 반성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점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 슈틸리케호에는 여전히 '비상등'이 켜졌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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