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기적은 일어날까, 아니면 뻔한 스토리의 결말일까.
19일 열리는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 32강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대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K리그 클래식 강팀 FC서울과 챌린지(2부리그)의 다크호스 FC안양의 경기다.
두 팀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는 13년이나 걸렸다. 지난 2004년 얀양을 연고로 했던 안양 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FC서울이라는 팀으로 재탄생한 뒤 안양시는 시민구단 창단에 열을 올렸고 2013년 내셔널리그의 고양 KB국민은행을 흡수 통합하면서 FC안양이 만들어졌다.
안양이 클래식으로 승격하거나 서울이 챌린지로 강등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두 팀이 만날 무대는 FA컵이 유일하다. 대진 추첨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만남 여부가 결정된다. 안양은 64강에서 호남대학교를 1-0으로 물리치고 32강에 올라왔다.
서울은 이번 만남을 앞두고 조용하게 넘기고 있다. 그저 FA컵 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급 자체가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 어떤 마케팅도 없다.
반면, 안양은 시끄럽다. 통상적으로 홈 경기를 앞둔 팀이 각종 행사를 벌이며 잔치 분위기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안양은 64강을 통과하기 무섭게 32강전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안양이 서울에 열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공은 둥글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울전 원정 응원단 모집 등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일정 포스터를 만들었다가 팬들로부터 서울 구단의 엠블럼을 왜 똑같이 해놓았냐고 항의를 받아 급히 수정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채로운 것은 구단주인 이필운 안양시장이 2004년 연고 이전 사태 당시 부시장이었다는 점이다. 당옇니 당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을 비롯해 시 수뇌부 등이 대거 서울로 원정 응원을 떠날 예정이다. 이미 챌린지에서 안산 그리너스와 '4호선 더비' 등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라 업무가 끝나면 바로 서울로 향한다는 계획이다.
안양 관계자는 "우리가 서울전 준비를 더 많이 하는 느낌이다. 시에서도 관심이 많아서 응원전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안양이 걱정하는 것은 서울과 만나는 안양 팬들의 마음이다. 흥분을 감추고 냉정하게 경기 관전과 응원에만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두 팀의 만남이 결정된 뒤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등 가볍지만 그냥 두고 보기 어려운 글들이 올라왔다.
혹시나 모를 몸싸움 등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찌감치 동선에 대해서도 공지를 했다. 지난해 부천FC 1995(챌린지)가 서울과의 원정 4강에서 홍염을 터트렸다가 벌금 징계를 맞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안양을 상징하는 것이 홍염이지만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안양 팬들은 '특정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안양의 축구 열기가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한다. 만약 안양 팬들의 현수막을 경비원들이 제거한다면 그 역시 그대로 두겠다고 한다. 서울이 연고 이전에 대한 불편함을 여전히 안고 있는 증거라는 이유에서다.
선수단 분위기는 결연하다. 김종필 안양 감독은 담담한 분위기이지만 선수단은 승리에 대한 의지로 뭉쳐 있다. 안양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서울을 이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화를 낸다. 왜 질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다. 마음 가짐이 제대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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