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제 인생의 정점은 '과속스캔들'이죠. 그 때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그러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인기는 거품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지금이 더 좋아요."
박보영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주인공 도봉순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시원섭섭하다"하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종영 소감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박보영이 수 개월을 기다린 작품이었다. 대본을 보고 도봉순에 반했고, 캐스팅을 확정 지었다. 드라마 편성도, 남자 주인공도 모두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에서, 오로지 작품만 봤다. 캐스팅 난항 끝에 남자주인공 박형식을 만났고, 고마운 마음으로 작품을 시작했다. 그런 박보영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16일 종영한 '도봉순' 마지막회는 8.95%를 기록, JTBC 드라마 중에서는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자고 일어나면 시청률이 올랐고, 배우들의 연기는 내내 화제가 됐다.
박보영은 시청률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면서도 "영화의 흥행이나 드라마의 시청률은 우리의 손을 떠났다. 세박자가 맞아야 한다. 사실 나도 그 세박자를 모른다"라며 "시기도 중요하고,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해 올해로 데뷔 11년차가 됐다. 박보영은 2008년 '과속스캔들'로 주목을 받았고, 영화 '늑대소년'과 '피끓는 청춘' 등 꾸준히 작품에 출연해왔다. 전작 '오 나의 귀신님'에 이어 '힘쎈여자 도봉순'까지 연달아 안방극장 흥행에 성공했다.
연기와 인기를 다 잡았지만 박보영은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잘 내려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제 스물여덟살 여배우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발언이다.
"일을 하면서 '과속스캔들'을 만나고 차태현 선배님을 만난 건 행운이예요. '과속스캔들'은 생각보다 너무 잘된 작품이예요. 차태현 선배님이 '너의 인생에서 이런 830만이라는 숫자는 없어. 만나기 힘들거야. 사람이 올라가면 내려가는게 있을 거야'라고 했어요. 대표님도 '우리가 올라가기 보다 잘 내려가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요. 저는 '과속 스캔들' 이후에 항상 내려가고 있는데 정말 천천히 내려가는 방법 찾고있어요."
인기를 얻었지만 소속사와의 소송 등으로 마음 고생도 꽤나 심했던 박보영은 "인기가 물거품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소송을 하며서 일을 안하려고도 했고, 사람들이 뒤돌아서는 게 무섭다는 것도 느꼈다. '봉순이'가 잘되서 너무 감사하지만, 지금뿐이라는 마음가짐이 기본적으로 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늘 감사함을 품고 있다고 했다. 으레 형식적으로 전하는 말이 아니다. 슬럼프를 지나 연기하는 자체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됐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때 큰 걸 바라지 않았어요. '다시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고 많이 느꼈어요. 힘들 때 한강에 갔었는데, 수많은 다리 중에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곳이 있거든요. 그 때 너무 펑펑 울었어요.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그 곳에 가요. '그 때보다 낫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원동력이 되요. 자의든 타의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내 의지와 상관 없는 부분도 있잖아요.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해요."
'과속스캔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날들은 없을 것 같다는 박보영은 한뼘 아래로 손가락지을 하며 "저는 이만큼 내려와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이만큼 올라가고 싶지 않다. '도봉순' 하기 전에도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되는건 좋지만, 일을 하는 박보영의 삶과 28살 박보영의 삶이 균형이 잘 맞는다. 돌아다닐 때도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불편함도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활을 접으면 그건 좀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마스크를 끼고 좋아하는 시내 서점도 자주 가고, 버스를 타고 사람들 구경하는, 그런 소소한 삶을 즐긴다고. "'도봉순' 인기로 조금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아직 서점을 못 가봤다. 한 번 가봐야겠다"라고 웃었다.
박보영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마음이 끌리는 작품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다음 작품에서 박보영은 또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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