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본문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안녕, 돌아왔구나."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 제작 영화사 서울집)의 첫 장면에서 제인(구교환 분)은 소현(이민지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집에 갔을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길 바라는 날이 있다. 집에 우리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위로'다.
그래서 영화는 꿈과 현실이 혼재된 복잡한 구성 탓에 관객들은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혼란스럽다. 감독이 흘려놓은 단서들을 쫓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어려운 전개 구조와 상관 없이 가슴에 전달되는 메시지는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제인'은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남녀배우상 등 작품과 배우 모두 주목 받고 있다. 기댈 곳 없는 외톨이 소녀, 소현에게서 불행하고 외로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동시에 그녀가 제인을 만나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 우리도 함께 위로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소현과 제인의 연결고리
'제인'은 타인과 함께하는 것에 서툰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두 부분으로 나뉜 영화 구성에서 모두 줄거리의 배경이 되는 것이 가출팸이다. 기댈 곳 없는 소녀, 소현은 1부에서 가출한 이들이 제인에게 모인 '제인팸'에, 2부에서는 또 다른 가출팸 '병욱팸'에 들어간다. 그곳에 모인 모두가 타인에게 한번씩 버려진 '외톨이'이며 불행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외톨이'는 소현과 제인을 잇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제인은 사람들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소수자, 트렌스젠더다. 영화 초반부, 바닷가에서 제인이 소현에게 건네는 대사도 그렇다. 제인은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사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라고 말한다.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소현과 제인은 닮았다.
그 속에서 소현은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낀다. 타인과 함께하는 것이 서툴고 사랑 받고 싶어 어수룩하다. 누명을 쓰고 폭력을 당해도 아무 말 하지 못한다.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이기적으로 굴 때도 있다. 소현은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라고 말한다. 외로움과 타인과의 관계 속 어려움은 트렌스젠더 제인도 겪었을 법한 경험이다. 이마저도 소현과 제인은 비슷하다.
소현과 우리에게 전하는 제인의 위로
소현과 제인의 다른 점은 '그 불행함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아느냐'다. 제인은 미스터리하고 괴짜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타인을 보살피는 섬세한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현에게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기'를 말한다. 제인은 "이런 개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아무튼 그래서 다같이 사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녀가 '제인팸'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크를 자르는 장면에서도 그렇다. 제인은 자신과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사람은 넷인데 케이크는 세 조각이면 다 같이 안 먹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롭고 불행하지만 함께 불행하는 일이 있어도 언제나 '같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타인과 함께 하는 게 서툴고 어려워도 말이다.
제인은 '꿈' 같은 인물이다. 스토리 구조상 어쩌면 그녀는 소현의 꿈 속 인물일 수 있다. 몽환적인 배경과 음악은 제인을 더욱 더 미스터리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미러볼과 술집 무대의 조명 속에서, 달 밑에서 제인은 신비롭지만 동시에 환하게 비춰진다.
영화의 큰 테마는 '어둠이 깊은 곳에서 빛은 강렬해진다'다. 어두운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은 밝게 빛난다고 영화는 말한다. 일상에 지쳐 불행하다고 느끼고 외로움에 휩싸인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오는 31일 개봉.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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