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이례적인 평일 낮 경기였다. 흥행은 버려야 하는, 승리라는 결과만 봐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애처로웠다.
24일 제주도 제주시의 제주종합경기장, 2017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제주 유나이티드-우라와 레즈(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먼저 승리를 잡아야 오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차전이 유리하다.
제주는 서귀포에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지 중 한 곳으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확정되면서 보따리를 싸서 제주시의 제주종합경기장으로 오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우라와전이 열린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잠비아-이란, 크로아티아-포르투갈의 경기가 연이어 치러졌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2연승을 거두는 등 선전이 이어지면서 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주는 U-20 월드컵 기간에는 주로 원정을 가거나 홈경기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치르고 있다. 제주종합경기장은 조명탑이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만약 조명탑이 있어도 제주국제공항 인근이라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밝게 조명을 켜고 치르는 야간 경기도 불가능하다.
결국, 실사에 나선 AFC도 FIFA 대회와 겹친다는 점을 고려해 시설이 열악한 제주종합경기장 낮 경기를 허락했다. 대신 관련 시설물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후원사의 권리를 우선하기 때문에 관계가 없는 시설물을 가리는데 비지땀을 쏟았다.
제주 구단 관계자들은 평소 리그를 치르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들였다. A보드는 이미 서귀포에서 운반을 해왔지만, ACL 관련 시설물 설치를 위해 제주시민들이 1년에 많아야 두 번 정도 간다는 서귀포와 제주 왕복을 10번 넘게 오갔다 .
우라와전 시작 전에는 짙은 구름이 꼈다. 그렇지 않아도 햇볕이 없어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낮은 구름이 몰려오면 더 시야가 흐려졌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AFC 관계자는 "월드컵경기장과 달리 종합경기장이고 조명탑도 없고 시설이 낡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전 실사를 왔었던 우라와에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모두가 어수선했던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총 9천233명의 관중을 모았다. 경기당 평균 3천77명으로 섬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은 1천913명이 관중석을 메웠다. 우라와 팬들은 1백여명이 원정을 왔다. 응원 목소리는 우라와가 좀 더 크게 들렸다.
그래도 결과는 2-0 승리, 제주 팬들이 기뻐하기에 충분했다. 제주 관계자는 "올해 무료표를 없애고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적은 숫자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모든 경기 관중이 의미가 있다. 우라와전에 온 관중에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조성환 감독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그 뒤에는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뿐 아니라 모처럼 ACL에 나가는 데 따른 구단 프런트, 주방 직원, 잔디 관리사들의 응원도 있다고 본다. 아직 2차전이 남았다. 2-0이라는 점수는 가장 뒤집히기 쉽다고 생각하고 31일 원정 경기도 잘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이뉴스24 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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