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1위로 16강에 가서 3위에 지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신태용(47)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조별예선 3차전을 앞두고 전승, 1위 16강 진출에 대한 주변에 기대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다.
1위를 하면 약속의 땅 전주로 다시 돌아가 16강전을 치른다. 리듬을 찾기에도 좋다. 전주에서 이긴다면 천안에서 8강전을 치르고 이긴다면 4강을 다시 전주에서 치르는 코스였다.
그러나 잉글랜드에 0-1로 패하면서 2위가 됐다. 천안에서 16강전을 치러 이기면 대전에서 8강, 4강을 연이어 치르게 된다. 익숙한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좋다는 것을 감안하면 1, 2위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3위를 했다면 고생길이었다. 대전, 제주 중 한 곳에서 치른 뒤 전주 또는 수원으로 가는 코스였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넘어가지 않는 자체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습 효과는 더욱 확실하다. 2015년 칠레에서 열렸던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조별예선을 2승 1무, 1위로 통과했다. 당시 브라질, 기니, 잉글랜드와 B조에 묶여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조별리그 무패, 1위 16강 진출이었다.
아쉽게도 16강에서 D조 3위였던 벨기에에 0-2로 패하며 조별리그 돌풍을 접었다. 벨기에가 3~4위전까지 진출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별리그의 활약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기억으로 남는 대회가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지난해 1월 아시아 축구연맹(FIFA)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이다. 파죽지세로 4강을 통과해 결승을 올랐지만, 일본에 보기 드문 2-3 역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작품을 잘 만들고 저가로 판매한 셈이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통과했다. 그런데 8강에서 온두라스에 0-1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조별리그를 잘 치르고도 한 판에 모든 것이 끝나는 토너먼트에서 숱한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신 감독은 잉글랜드전 직전 2015 칠레 U-17 월드컵을 언급하며 "1위로 16강에 가서 3위에 지는 경우도 있지 않았는가. 1위로 가면 좋겠지만 연연하지는 않겠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U-17 월드컵을 뛰었던 이상민(숭실대),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 이승모(포항 스틸러스) 등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선수들은 신 감독의 생각과 달리 더 빨리 정신을 차렸다. 조영욱(고려대)은 "잉글랜드전은 어려운 경기였다. 그래도 감독님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선수단 스스로가 마음을 잡는다면 토너먼트에서는 알아서 잘하리라고 본다"며 패배를 털어내겠다고 답했다.
이승우도 마찬가지 "이제는 패하면 끝나는 토너먼트다. 잉글랜드전 패배를 계기로 선수들이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 싶다. 충분히 선수단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리라고 본다"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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