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지드래곤은 굉장히 화려하고 많이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예요. 많이 걷어낸 권지용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드래곤이 자기 자신에게, 또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날 보여준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무대면 지드래곤을 또 권지용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빅뱅과 지드래곤으로 찬란한 10년을 보낸 그가, 서른살 권지용을 꺼내놓으며 또다른 시작을 알렸다.
지드래곤은 10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솔로 콘서트 '2017 CONCERT ACT III, M.O.T.T.E'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 공연은 세번째 솔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여는 콘서트로, 4만여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 열광했다.
빅뱅을 상징하는 노란 왕관이 달린 야광봉을 든 팬들은 스탠딩석부터 경기장 3층까지 들어섰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팬들부터 지드래곤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남성, 가족팬들까지 성별과 국적을 초월한 관객들이 지드래곤의 인기를 입증했다.
이날 지드래의 콘서트 타이틀인 '모태(M.O.T.T.E)는 ''''MOMENT OF TRUTH THE END'의 약자로 진실의 순간을 의미한다. 공연 세트리스트는 지금까지 발표된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순으로 채워졌으며, 최근 발표한 새 앨범 '권지용'을 통해 서른살 권지용의 인생 제 3막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공연 시작 전부터 히트곡들이 울려퍼지며 분위기를 달군 가운데 지난 2009년 발표한 솔로 데뷔곡 '하트 브레이커'와 'BREATHE''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지드래곤은 "안녕하세요. 권지용입니다"로 관객들에게 첫 인사를 전한 후 "며칠 전에 앨범이 나왔는데, 많은 곳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 사실 많은 일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심신적으로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탑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탑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이렇게 좋은 소식(앨범 1위)을 들으니까 좋았다. 이번 공연은 '모태'인데 정말 못할 뻔 했다. 여러분들 덕에 무사히 공연을 열 수 있게 되서 좋다. 감사합니다"고 팬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새 앨범 '권지용'을 발매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앨범 이름도 '권지용'이다보니 대중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서다보니, 제 본 모습이 권지용이라는 어떤 아이였을까 찾아서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제 자신에게 모르는 점도 알게 되고 잊고 있던 점도 다시 한 번 깨닫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모태'라는 공연 콘셉트에 걸맞게 핏덩이를 의미하는 붉은 색 옷을 입었다는 지드래곤은 붉은 조명 아래 쉴 틈 없이 무대를 이끌어갔다.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소년이여', 'But I Love You' 'Obession', '미치Go', 'One Of A Kind', '니가 뭔데?', '너무 좋아', '투데이', '크레용' 등을 노래했다.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열정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깜짝 게스트의 무대도 이어졌다. 'R.O.D' 무대 말미 깜짝 등장한 씨엘은 'The Leaders' 무대를 꾸몄다. 이날 몸매를 훤히 드러낸 섹시한 의상을 입은 씨엘은 뛰어난 가창력과 압도적인 포스로 무대를 후끈 달궜다.
아이유와 지드래곤은 아이유의 '팔레트'로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다. 지드래곤이 피처링에 참여한 곡으로, '팔레트''의 첫 라이브 공연이었다. 대화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은 '미싱 유'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췄고,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특별한 그림에 팬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이날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빅뱅 태양과 대성, 싸이, 정형돈, '무한도전' 김태호 PD, 세븐, 그리고 지드래곤의 부모님 등 그의 주변인들이 영상을 통해 지드래곤과 권지용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대성은 그를 "빅뱅을 잘 이끌어와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고, 태양은 "제 인생에 없어서 안될 존재다. 저 또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8일 발표한 세번째 솔로 앨범 '권지용'의 신곡 첫 무대였다. "저 누굴까요?"라고 관객들에 물은 지드래곤은 새 앨범 수록곡 '개소리''와 '슈퍼스타', '권지용'과 신곡 등을 공개했다. 팬들은 권지용을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개소리' 노래가 끝나자 공연 내내 무대를 수놓았던 붉은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는 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지드래곤은 서른살 권지용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줬다.
지드래곤은 "이번 콘서트 테마의 포인트는 가장 덜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드래곤은 제 모습 중 하나지만, 굉장히 화려하고 많이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무대도 최대한 단조롭게, 마지막 모습으로 갈 때 즈음엔 많이 걷어낸 권지용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여러분 들 덕에 좋은 하루하루, 감사한 하루, 그 누가 봐도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다. 사실 여러모로 이 앨범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지치고 힘든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귀한 시간 내서 보러와줬지만, 이 순간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지만, 쉼 없이 달려오다보니 꿈 속에서 사는 기분이 너무 좋으면서도 뭐가 꿈인지 잘 모르겠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계속 해서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고백했다.
이어 "저는 긍정적인 아이니 다 잘되리라 생각한다. 힘든 시기 이겨내는 모습 같이 해준 분들이 많은데, 여러분이 좋아하는 저의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멋 안 부린 척 하는 허름한 권지용이 되도, 화려한 지드래곤이어도 그게 누구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관객들은 큰 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며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이날 무대를 끝으로 월드투어에 돌입하는 지드래곤은 당분간 방송 등 국내 활동 계획이 없다. 지드래곤은 "저 내년에 군대 가잖아요. 이번이 진짜 마지막 일 수도 있다. 갔다오면 서른 둘셋이 된다. 괜찮겠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고, 팬들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앙코르 무대에서 지드래곤은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인 '삐딱하게'와 이번 앨범 타이틀곡 '무제'를 끝으로 공연을 마무리 했다.
이날 공연은 최근 빅뱅 멤버 탑이 일련의 사건으로 논란을 겪은 가운데 치러진 무대였다. "'모태'라는 제목처럼 못할 뻔 했다"는 지드래곤은, 그러나 자신의 무대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멤버들"이라고 표현하며 고마움도 전했다. 그가 공연에서 전한 마지막 인사, "우리 모두 힘냅시다"라는 한마디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지드래곤은 이날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북미 8개 도시(시애틀, 산호세, LA, 휴스턴,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 토론토), 아시아 3개 도시(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오세아니아 4개 도시(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오클랜드), 일본 3개 도시(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돔 투어 등 총 19개 도시에서 23회 공연을 개최한다. 추후 개최도시를 더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