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빗장 수비' 이탈리아는 마지막까지 그들 특유의 경기 색깔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탈리아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4위전을 치렀다.
4강전에서 잉글랜드에 1-3으로 허망한 역전패를 거두며 결승 진출 좌절, 긴장감이 떨어지고 동기 부여도 되지 않는 경기였다. 인종 차별 세리머니 의혹으로 대회 내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우루과이도 경기 전날 수원 숙소에서 4강전 상대였던 베네수엘라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마지막까지 구설에 오르며 경기를 치러 어수선함도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사나흘 간격으로 치르는 경기 일정에 체력 저하라는 약점까지 안고 뛰었지만 카데나치오로 불리는 빗장 수비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변함없이 기본 이상을 했다.
플랫4 수비로 출발한 뒤 수비 시에는 플랫3로 변형되는 등 유연한 수비 실력을 과시했다. 성인팀이 아니지만, 수비 수준은 조별예선을 통과하면서 더 부각됐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인 주장 롤란도 만드라고라(유벤투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만드라고라는 이번 시즌 세리에A 4분 출전이 전부다. 벤치에 대기하거나 명단에 들지 못하며 주로 B팀(2군)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수비 앞에서 1차 방어선 역할은 일품이었다.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 진영까지 순식간에 가담하는 능력도 좋았다. 이번 대회 내내 교체 없이 뛰어 체력은 일품이었다. 이탈리아의 수비 안정화에 보이지 않는 엔진이었다.
이탈리아는 전반 볼 점유율이 48%-52%로 밀리고 슈팅이 2-8로 절대 열세였지만 어디까지나 기록이었을 뿐이다. 수비진 앞에서 튼튼한 벽이 구축되니 우루과이가 열정적으로 공격해도 통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2선 지원 또는 중원에서의 주도권 싸움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연령별 대회라는 점에서 한 번 주도권을 내주면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루과이는 이날 총 2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4개에 불과했다. 6개는 수비벽에 맞았고 나머지는 페널티지역 밖에서 시도하는 의미 없는 슈팅이었다. 중원에서 치열하게 싸워 얻은 결과였다
또 한 가지, 이날 처음 출전한 알레산드로 플리차리(AC밀란)의 선방도 뛰어났다. 앞선 경기에서는 안드레아 차카뇨(프로 바르첼리)가 1번 골키퍼로 나서 나쁘지 않은 선방력을 보여줬다. 수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골키퍼의 존재와 수비진과의 호흡은 큰 경기에 왜 쉽게 무너지지 않는지를 알려준다. 승부차기에서도 우루과이 2~3번 골키퍼의 킥을 잡아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양팀의 경기를 관전한 한 국내 지도자는 "신태용호가 조별리그를 잘 견디고도 16강에서 무너진 원인 중 하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중원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우루과이의 슈팅 대부분을 페널티지역 밖으로 밀어냈다. 튼튼한 수비를 바탕으로 힘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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