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년 8개월 동안 인상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던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커지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연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지난 14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 2-3 패배로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할 전망이다.
당장 8월 31일 이란(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원정)전을 치를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2위다. 이란(20점)은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다. 우즈벡(12점)은 1점차 3위다. 우즈벡은 중국 원정을 먼저 치르고 한국전을 대비한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즈벡만 이기면 된다. 이란전을 이기고 우즈벡이 중국에 패한다면 자동으로 본선행이 결정되지만 4위 시리아(9점)까지 본선 가능성이 남아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 이란에 패하더라도 우즈벡만 이기면 된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진 사퇴를 거부한 상황에서 전체 분위기는 경질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동반 사퇴를 생각하고 있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변화가 필요하다"며 쇄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즉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단기전의 성격이기 때문에 무너진 분위기를 수습할 지도자 선임이 중론이다.
하지만, 본선에 진출해 1년 뒤를 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멀리 봐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한국 축구는 매번 예선을 치르는 감독과 본선을 치르는 감독이 다르다는 악습을 끊지 못했다. 소위 돌려막기로 앞길이 창창한 지도자들의 경력에 흠집을 내거나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했고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 지도자들의 생각은 다양하다.한 K리그 클럽 감독은 익명을 전제로 "세평에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오르던데 현장을 오래 떠나 있으면 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 사이 선수들의 성향도 변했는데 단순히 전술이나 지도력 하나로 되겠는가"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어 "본선 이후 한국 축구의 다음 월드컵까지 생각 가능한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 즉 2022 카타르 대회까지 임기 보장을 해주는 지도자 선임을 통해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본다. 희생양은 2014 브라질월드컵의 홍명보 감독 하나로 족하지 않을까 싶다. 신태용 감독이 후보군에 있던데 결과에 상관없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감독은 "지금은 누구라도 구원자가 되어야 한다. 월드컵 본선 경험이 있는 허 부총재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명의 박지성을 가능성을 보고 발탁한 좋은 사례가 있지 않은가. 선수를 보는 눈은 분명히 탁월하다. 설령 본선 감독이 다른 사람이더라도 허 부총재처럼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대표팀을 임시로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은 기술위원회와 축구협회 수뇌부로 넘어왔다. 기술위원회의 기류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로 흐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중국과 시리아전을 치른 뒤 경질로 가닥을 잡았던 적이 있다. 당시 정몽규 회장의 반려로 유임이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 위원장이 대책을 만들고 사임하면 다음 위원장은 후임 조기 선임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지도자 스타일과 임기 등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놓고 봐야 한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위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 지도자군을 만들어 검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겠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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