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이동국은 고향에 안부를 전해드리기 위해서…."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북 현대의 신흥 라이벌전, '봉동 이장'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라이언킹' 이동국(38)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다.
오랜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리그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 5월 6일 이후 53일 만의 선발이다. 동시에 올해 3월 5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개막전 이후 세 번째 선발 출전이다.
이동국은 올해 부침의 시간을 보냈다. 리그 2라운드 수원 삼성전 이후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당해 재활에 매달렸다. 이후 회복했다가 훈련에서 재발해서 다시 재활하는 등 불규칙한 경기 출전을 이어갔다.
A매치 휴식기를 통해 몸 상태를 회복한 이동국은 전남 드래곤즈, 강원FC, 대구FC전 모두 교체 출전했다. 그사이 에두가 연속골 행진을 벌였고 김신욱도 폭발해 선발 출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주중 경기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선수단 출전 조절이 필요했고 이동국에게 이날 기회가 왔다. 최 감독은 "이동국은 고향(포항)에 안부를 전해드리는 차원에서 선발로 내보냈다"며 웃었다.
물론 농담이었다. 25일 대구전을 치른 뒤 사흘밖에 되지 않아 김신욱, 에두를 벤치로 빼고 이동국을 선발로 세웠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몸 상태가 좋은데 에두, 김신욱이 잘해주고 있으니 머리에 쥐가 난다"며 복잡한 마음을 전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이동국-김신욱, 김신욱-에두, 이동국-에두 등 투톱 조합을 시험해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2선 자원이 뛰어난 전북 사정을 고려하면 원톱 체제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최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이었다. 투톱을 세웠다가 코치들에게 혼났던 일도 있다"며 세 명을 모두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전했다.
선발로 내세운 공격수는 부상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교체는 없다는 것이 최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중간에 교체하면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신뢰가 깨지게 된다. 노송(老松-이동국을 지칭)에게 미안할 뿐이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라도 나갔다면 이원화를 했을 텐데 말이다"며 몸 상태 좋은 이동국의 출전이 좋은 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최 감독의 바람은 완벽하게 통했다. 이동국은 전반 5분 그만의 수준을 보여줬다. 정혁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긴 볼을 받아 수비수 네 명을 앞에 두고 두 번 제치는 시늉을 한 뒤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 네 명의 중앙 공간을 완벽하게 깨버리는 슈팅이었다.
11분 이재성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하며 추가골을 노렸던 이동국은 23분 스스로 페널티킥을 만들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공간으로 순간 스피드를 앞세워 파고들었고 당황한 손준호가 밀어 넘어뜨리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직접 나섰고 묵직한 오른발 킥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지난 11월 2일 상주 상무전 이후 8개월여 만의 멀티골이다.
먹이가 보이면 놓치지 않는 사자의 굶주림은 후반에도 대단했다. 미드필드로 내려서서 있다가도 순식간에 공격 진영으로 이동해 볼을 잡아 포항 수비를 괴롭혔다. 노장이라는 나이에 상관없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스스로 증명한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후반 16분 에두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승패와 상관없이 이동국의 역할은 100% 성공이었다. 이동국의 활약 덕분에 전북은 오는 7월 2일 FC서울과의 라이벌전을 수월하게 운영하는 힘을 얻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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