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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결국 회장이 모든 걸 안아야 한다


매번 지도자만 희생, 선택에 따른 결과는 같이 지고 가야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의 A대표팀 정상화 작업은 찬반양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은 누구를 다음 감독으로 내세우더라도 비판할 준비가 된 모양새다.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은 요즘 두루두루 새 감독 후보에 대한 자격 조건을 듣고 있다. 여론의 움직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는 하루가 부족하다. A대표팀 감독부터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선임은 물론 K리그와의 이견 조율을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문지방이 닳도록 오가고 있다.

그 역시 언론과 축구팬들 위에 오르내리는 차기 A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부터 신태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장쑤 쑤닝(중국) 감독, 정해성 A대표팀 코치 등 사실상 좁아진 선택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허 부총재를 내세우면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경험이라는 지혜를 빌리겠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프로팀에서도 FA컵 우승을 제외하면 큰 업적이 없다. 지난해 한 정당의 비례대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도 팬들의 지적 거리다.

동시에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중도 퇴진한 이후 5년 동안은 현장 지도자와는 멀어져 있었다. 행정을 통해 현장의 흐름을 읽었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의 세태 변화, 세계적인 전술 흐름 등은 제아무리 노련한 지도자라고 해도 제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 올림픽대표팀과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을 경험했다. A대표팀 코치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보좌하며 3차 예선도 소화했다. 그러나 최종예선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에 외나무다리 승부인 2경기에서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가 자칫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도 상존한다. 만약 최종예선을 통과해도 본선 성적이 여의치 않으면 '제2의 홍명보'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경력을 잘 쌓은 지도자를 국민적 비판 여론에 또 잃을 수 있다.

최용수 감독은 FC서울 시절인 2013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이끄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해냈지만 '대표팀'이라는 집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약점이다. 지난해 6월 옮겨간 중국 장쑤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 역시 중용이 된다고 해도 신 감독과 마찬가지로 '잃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우려가 있다.

정해성 코치는 말 그대로 코치 역할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2002 한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 모두 거스 히딩크 감독, 허정무 부총재를 보좌해 각각 4강과 16강을 이끌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을 보좌하기 위해 카타르전을 앞두고 투입됐지만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지냈지만 A대표팀으로 한정하면 조력자로서의 강력함은 있지만, 감독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다만 최근 A대표팀 분위기를 알고 있다는 것은 가장 큰 무기다.

이변이 없는 이상 압축된 인물을 제외하고 새 얼굴이 나타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 위원장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선수단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유럽파, K리거 등 A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8차전까지 4승 1무 3패, 승점 13으로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4승 4패 승점 12로 한국과 1점 차에 불과하다.

사실상 '우즈벡만 이기면' 본선에 가는 단순한 조건이지만 성립 자체는 그리 쉽지 않다. 홈에서 이란과 먼저 만나는 한국이 승리를 거두고 중국과 원정을 치르는 우즈벡이 패하면 바로 본선이 확정이지만 어디까지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반대로 한국이 이란에 지고 우즈벡이 중국을 이겨 최종전에서 벼랑 끝 승부를 벌인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란이 승점 20으로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한국만 만나면 대회에 상관없이 끈적이는 경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승산을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물론 이 시나리오 역시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최근 우즈벡 원정 경기 내용과 결과는 무승부가 대부분이다. 원정에서 이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우즈벡은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국에 골득실에서 1골 뒤져 플레이오프로 밀린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적지에서 경기를 하는 한국에 온갖 텃세를 부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은 4년 전 우즈벡과 요르단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즈벡은 홈 앤드 어웨이의 아시아 플레이오프에서 요르단에 2-2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8-9로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 PO를 통과한 요르단은 남미 5위였던 우루과이와의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0-5로 완패하고 2차전을 0-0으로 비겨 본선에 가지 못했다.

PO로 간다고 본선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 B조는 일본(17점), 사우디아라비아(16점, 골득실 +7), 호주(16점, +6)의 3파전이다. 하나같이 강팀들이다. 일본은 영원한 라이벌이고 사우디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호주는 강력한 피지컬로 무장해 쉽지 않은 상대다. 만약 아시아 PO를 통과해도 북중미 4위와 싸워야 하는데 미국, 멕시코,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등이 상대팀이다. 장거리 이동, 시차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이런 조건들을 피하려면 일순간에 팀을 장악하는 능력이 있고 승부는 냉정하게 판단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어려서'라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등의 제약 조건을 설정하면 지도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무조건 본선에 가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본선을 간 뒤에야 재정비를 하거나 새얼굴을 보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PO로 어렵게 간다면 월드컵 준비 기간은 내년 3월 A매치, 월드컵 직전인 5~6월 사이가 전부다. '국민적 기대치'가 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회의 자율적인 추천에 선임 권한을 가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새 감독의 확실한 병풍 내지는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새 감독은 비판적인 시선을 안고 집행부의 의도에 맞춰 '독이 든 성배'를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위원장이 세밀한 그림을 그리더라도 좀 더 귄워가 부여되는 회장이 밑바탕을 깔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뭉쳐 위기 극복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지도자 한 명이 집행부의 선택으로 파생된 책임까지 지고 가는 시대는 홍명보 전 감독 한 명으로 충분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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