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해 신태용(47) 감독이 다시 한번 소방수 역할을 하게 됐다.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4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제6차 기술위원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공석인 A대표팀 사령탑에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사실상 축구협회의 전문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4년 7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탈락 후 홍명보 전 감독이 사임한 뒤 공석인 A대표팀의 코치로 선임, 9월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전에 코치로 팀을 지휘했다. 이후 10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A대표팀을 보좌했다.
2015년 1월에는 당시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꾸려진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감독 직책으로의 첫 소방수 시작점이었다. 고(故) 이광종 감독의 급성 백혈병으로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1년 뒤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준우승을 해냈다.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패했지만,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그의 전술에 찬사가 쏟아졌다.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안익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준비했다.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FC바르셀로나 B) 등과 해외파와 국내 대학, K리거들을 적절히 묶어 조별리그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1-3으로 패하며 1차 목표로 내세웠던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전술적 다양성과 대표팀 경험을 한 기간이 있었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호곤 위원장은 "적절한 전술과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 감독에게는 운명의 두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8월 31일 이란(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원정) 2연전이다. 한국은 승점 12로 우즈벡(12점)에 1점 앞선 2위다. 4위 시리아(9점)도 한국을 넘보고 있지만, 사실상은 우즈벡과의 2파전이다.
절묘하게도 슈틸리케 전 감독 선임 전 코치 신분으로 대표팀을 맡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두 번의 평가전이었지만 이번에는 최종예선이라는 부담 큰 두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운명도 정해져 있다. 3위로 떨어진다면 10월 B조 3위와 홈 앤드 어웨이의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여기에서 통과한다면 11월 북중미 4위와 역시 홈 앤드 어웨이의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여부를 결정한다.
김 위원장은 "조 3위로 플레이오프를 하더라도 계약은 유지된다"면서도 본선 진출 좌절의 경우에 대해서는 "바로 계약이 종료된다"며 사실상 외나무다리 승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목숨인 지도자 생활이 본선으로 가면 연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론에 휘말리게 된다.
김 위원장은 "어차피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많이 했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충분히 능력은 보여줬다"며 그의 능력을 신뢰했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신 신 감독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조이뉴스24 파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