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머리를 맞대고 도와야 한다면 도와야죠."
2012년 2월, 당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급히 잡은 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에게는 외나무다리 승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6차전을 지지 말아야 하는, 부담이 큰 경기였다.
전임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의 전격 경질로 고민하던 대한축구협회는 2009, 2011년 전북을 우승으로 이끈 최 감독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반강제(?) 영입했다. 최 감독은 최종예선까지만 치르고 본선을 맡지 않는다는 '시한부' 사령탑을 자처했다.
급하게 선수단을 조련한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를 4-2 승리로 이끌며 감을 잡은 뒤 쿠웨이트를 이동국(전북 현대)과 이근호(강원FC)의 골로 승리하며 본선에 올랐다. 패했다면 최종예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최 감독의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다.
5년 5개월이 지난 현재. 비슷하지만 압박감은 더 큰 상황이 신태용(47)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만들어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1장 남은 본선행 티켓을 사수해야 한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대 부족이다. 코치 선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8일 나 홀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나 전북 현대-울산 현대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를 관전했다. 9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지켜본다.
코치를 선임하고 나면 더 많은 경기를 봐야 한다. 유럽 리그는 프리 시즌을 확인해야 한다. 유럽 리그 개막 후 2~3경기만 치르고 A매치 데이가 있어서 선수 선발 시간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8월 31일 이란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은 사흘이다. 26~27일 K리그는 물론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유럽과 중동 리그 등이 모두 열리기 때문이다. 회복 훈련에 하루, 전술을 맞춰 보는데 하루, 세트피스 등 세부 훈련에 하루 등 단기간에 모든 것을 맞춰봐야 한다.
최 감독은 "지금은 감독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자기 판단대로 끌고 가도록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책임은 당연히 감독이 져야 하는데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 반드시 가야 하는 상황이지 않은가"라며 신 감독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감독의 선수 선발에서 K리거들의 비중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일단 K리거들을 눈여겨보겠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다. 최 감독은 "리그 일정이 있지만 (대표팀의) 상황이 어려우니 머리를 맞대고 도와야 한다. 사나흘의 시간으로는 할 것이 없다. 수비를 따로 만들고 회복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다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애국심, 자존심만 선수들에게 호소하기에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을 한데 묶는 것이다. 컨디션이 제각각인데 지도자가 가진 역량으로 팀을 응집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기 소집에 사실상 찬성 의사를 밝혔다.
조기 소집이 이뤄지려면 먼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 협조를 부탁해야 한다. 이를 받은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야 하지만 구성 자체가 소수다. 이 때문에 클래식 12개 구단의 단장 또는 사장들의 모임인 클래식 구단 협의회를 통해 조기 소집 의사를 따져봐야 한다. 구단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술위가 서정원 수원 삼성, 황선홍 FC 서울 감독 등 K리그를 아는 위원들로 구성돼 마음만 먹는다면 양 측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대표팀이 살아야 K리그도 사는 구조에서는 조기 소집 불가피론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어려운 시기에 신 감독이 책임감을 갖고 수락했다. 도전하는 성격이니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정신이 신체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 감독과 마찬가지로 도와야 할 일이 있다면 돕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마음이다.
신 감독은 "모든 사람들은 같은 눈으로 경기와 선수를 본다.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 선수를 보며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며 두 경기에 영혼을 던지는 선수를 뽑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 홀로 K리그를 보고 있다. 하루속히 코치들과 동행해서 분야별로 확인하고 공유하겠다"며 신속한 구성을 예고했다. 이어 두 감독의 (조기 소집 등) 협조 의사에 대해서도 "대표팀 감독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조기 소집이 된다면) 내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두 감독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시간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분석하며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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