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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송강호 "광주민주화운동, 감당하기 어려웠다"(인터뷰①)


영화는 오는 8월 2일 개봉 예정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두려워서 '택시운전사' 출연을 거절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어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제작 더 램프(주))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송강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택시운전사'는 영화 '밀정', '사도', '변호인' 등에서 역사 속 실제 인물을 연기했던 베테랑 배우 송강호도 어렵고 부담됐던 작품이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됐었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거절을 했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 여운은 마음 속에 점점 커져갔어요. 결국 이런 마음이 자리잡아 가면서 영화 출연을 결심했죠"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만섭은 1980년 5월 광주의 현장을 직면한 평범한 한 시민의 갈등을 그려내지만 동시에 유쾌하고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만섭을 "개구장이같은 캐릭터이기도 하다"며 옷에 부착한 '택시운전사' 로고 배지를 가리키며 웃었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만섭을 연기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촬영을 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송강호는 "그 당시의 택시는 지금 앉으면 너무 좁고 신체 구조가 안 맞는다"며 "또 스틱으로 운전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서 연기해야 했던 경험도 밝혔다. 송강호는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택시에서 유턴하는 장면이 난코스였어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택시를 타는 장면들은 대부분 우스개소리를 하면서 가죠. 하지만 혼자 유턴 코스에서 운전을 하면서 촬영을 해야 하는 장면은 부담스러웠어요. 그 구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클로즈업을 해야 하는 장면이었죠. 운전도 하고 연기도 해야 했어요."

영화에서 만섭은 중요한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서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 변화를 연기하는 어려움도 언급했다.

"영화의 어떤 장면은 논리적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해요. 이 부분이 연기할 때 어려운 구간인 것 같아요. 두 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 안에 인물의 감정 변화 등을 설명하는 게 힘들죠. 그걸 연기 하나로만 밀어부쳐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택시운전사'에서 그런 장면이 나와요. 연기할 때 배우로서 정교하게 감정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관객들이 봤을 때 논리적인 비약은 있더라도 감정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연기했죠"

송강호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송강호는 "유해진 씨는 참 오래된 인연이다. 그런데 이번에 연기를 같이한 건 처음"이라며 배우 유해진과의 인연에 대해 말했다. 또 "류준열 배우의 전작 '응답하라 1988'을 재밌게 봤었다.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함께 하게 돼 '잘됐다' 싶었다"며 "처음에는 류준열의 눈매 같은 게 깐깐하게 생겨서 걱정했다. 하지만 성격도 밝고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 중 유일하게 외국 배우인 토마스 크레취만에 대해서도 말했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영화에서 실제 5.18 광주화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다. 송강호는 "토마스 크레취만은 전작 '피아니스트'에 출연한 배우로 익히 알고 있었다"며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서양에서는 미남 배우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연기할 때 (감정) 절제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 제작진은 어떤 장면에서 피터가 기지를 발휘하는 하는 모습을 바랐는데 그게 잘 안 됐죠. 토마스 크레취만은 그 인물을 다르게 해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곧 인물에 대해 이해하더니 융통성이 있게 감독님이 원했던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건 토마스 크레취만이 세계적인 작품을 통해 얻은 경험이죠. 촬영을 할 때 무더웠는데 토마스 크레취만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기하기도 했어요"

송강호는 또 "박찬욱 감독님이 촬영 현장에 한 번 방문해서 토마스 크레취만에게 '피아니스트' 감독님과의 인연을 말하자 울었다"며 "토마스 크레취만은 여린 구석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송강호는 연기할 때 울컥했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송강호는 "광주 금남로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실제 있었던 일을 그때의 공간에서 연기할 때 마음이 무겁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또 "처음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받는 장면이 가장 슬펐다"며 "시민들이 서로 위하면서 그 시간을 즐기기도 했던 모습이 (비극적인 모습과 대비돼) 슬펐다"고 거듭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당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다. 송강호는 이들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송강호는 "가슴이 아픈 비극적인 현실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역사를 지탱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송강호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송강호는 "당시 80년대 광주의 모습을 보고 '80년대 광주가 그랬다' '80년대 광주는 비극적이었다' 이런 것들에서 나아가서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때의 광주를 성숙하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그때 어땠는지와 같은 사실 위주의 관점보다는 '그때의 아픔을 어떻게 승화할지', '아픈 역사를 통해 어떤 비전을 이야기할지' 등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송강호는 또 "제가 연기했던 인물 만섭, 토마스 크레취만, 당시 광주 시민 같은 분들이 계셔서 그런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당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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