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얻은 넥센 "왼손 유망주는 귀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우리팀이 손해를 보는 트레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31일.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가 전격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넥센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세현과 백업 전력으로 쏠쏠한 쓰임새가 장점인 유재신(외야수)이 KIA로 갔다. 2대2 트레이드로 KIA는 좌완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이승호와 손동욱을 넥센으로 보냈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는 베테랑 임창용과 김윤동 등이 버티고 있지만 불안한 중간계투진과 마무리 자리가 약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 트레이드로 검증된 마무리 김세현을 영입했다.

정규리그 우승 뿐 아니라 그이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중위권 순위 경쟁에 한창인 넥센의 이번 행보에 대해서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분명히 있다.

고동욱 넥센 단장은 트레이드가 발표된 당일 ''조이뉴스24''와 가진 통화에서 "단순하게 선수 기록을 두고 비교할 수 없다"며 "좌완 두 명을 영입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올 시즌 유독 투수 특히 좌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벙경기 기간 동안 좌완 기대주 중 한 명인 강윤구를 NC 다이노스로 보내고 김한별을 데려온 것은 신호탄이 됐다.

넥센은 이후 좌완 김택형을 SK 와이번스로 보내고 대신 같은 좌완 김성민을 영입했다. 지난 7일에는 4번타자를 맡았던 윤석민을 kt 위즈로 보내고 대신 좌완 정대현을 비롯해 서의태(투수)를 데려왔다. 정대현에게 넥센 유니폼을 입힌 지 얼마 안됐지만 또 다시 왼손 투수 두명을 트레이드를 통해 수혈한 것이다.

고 단장은 "현재 KBO리그를 살펴보면 좌완. 특히 왼손 선발투수감이 귀하다. 양현종(KIA) 김광현(SK) 장원준·유희관(이상 두산 베어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좌완 유망주를 많이 보유할수록 팀에게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이번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고 단장은 스카우트로 오래 일을 한 경험이 있다. KBO리그 선수 공급 모태가 되는 중·고교 학생 야구를 지켜본 결과 좌완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2017년도 신인 풀은 왼손투수 풍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며 "김태현(NC) 손주영(LG 트윈스)를 비롯해 이승호와 김성민이 ''빅4''로 꼽혔다"며 "김성민에 이어 이승호까지 우리팀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김성민의 경우 현재 팀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승호도 부상 때문에 재활 중이지만 분명히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성민은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는 넥센 이적 후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31일 기준으로 23경기(7경기 선발 등판)에 나와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고 단장은 이승호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현재보다 미래 전력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며 "장정석 감독과도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얘기를 나눴고 의견도 서로 교환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가 꼽은 이승호의 장점은 체격 조건 뿐 아니라 제구력과 안정적인 변화구 구사력이다. 고 단장은 "커브와 특히 왼손 투수로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서클 체인지업까지 던진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최근 흔들리고 있는 뒷문이 문제다. 당장 김세현이 떠난 빈자리가 아쉬울 수 도 있는 상황이다. 고 단장은 "김세현이 팀을 떠나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부분도 따져봤다"며 "김상수·힌현희·이보근 등 기존 선수들이 있고 조상우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며 "여기에 군 복무 중인 김동준·문성현 등도 전역 후 팀에 돌아온다. 이런 부분을 놓고 본다면 이승호와 같은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리고 싶었고 놓치고도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기존 좌완인 오주원과 금민철의 뒤를 이을 선수들도 키워야 한다. 고 단장은 "왼손투수쪽 세대교체도 대비해 둔 트레이드"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5강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김세현이 빠진다고 해서 팀 전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넥센은 현재 집단 마무리 체제다. 장 감독은 "현행 시스템을 오래 가동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김상수·한현희·김세현 중 한 명으로 (마무리를) 곧 확정하겠다. 이보근은 앞에 나와 던지는 것이 좀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직을 확실히 정해두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그 카드 중 하나는 이미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두 장이다.

한편 넥센은 이승호의 합류로 2017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김혜성(전체 7순위)과 김성민(전체 6순위) 까지 드래프트 1라운드 유망주 3명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