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시작부터 화려하진 않았다.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JTBC 드라마 시청률 기록을 갈아엎은 백미경 작가의 신작인데다 인기 배우 김희선과 김선아가 전면에 선 드라마였지만, '품위있는 그녀'의 방영 초기 시청률은 2%대로 '평타'에 가까웠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과감하고 탄탄한 전개, 배우들의 열연, 섬세한 연출이 빛을 봤다. 시청률 상승을 거듭한 '품위있는 그녀'는 지난 19일 방송된 마지막 회가 12.7%의 자체최고시청률을 내며 JTBC 드라마 인기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 1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종영을 맞아 배우 김희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품위있는 그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휴먼 시크 코미디물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백미경 작가, '내 이름은 김삼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의 김윤철 감독이 뭉쳤다. 극 중에서 김희선은 모든 걸 다 가진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연기했다.
이날 만난 김희선은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품위있는 그녀'의 방영 초기,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로 남모를 마음 고생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전제작 드라마에 징크스가 있지 않나"라며 "게다가 우리 드라마에는 그 흔한 멜로도 없고, (사전제작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태양의 후예'의 인기 캐릭터) 유시진도 안 나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선아 언니와 저는 이미 20년 일해서 신비한 것이나 더 보여줄 것도 없잖아요. 기자들, 시청자들이 우릴 뼛속까지 알고요.(웃음) 드라마에 그 흔한 아이돌도 없으니, 무기가 없었어요. 물론 스토리가 탄탄하고 연출도 좋았지만, 뭘 보여줘야 '헉' 하는 반응이 나올지 고민이 많았죠. 거기다 사전제작의 안좋은 예도 많고, (촬영 시기가 겨울이라) 겨울옷도 입고 있고.(웃음) 걱정이 많았죠."
비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김희선은 지상파식 체감 시청률에 익숙한 배우였다. 종편 드라마의 첫 화 2%대 시청률은 사실 크게 나쁘지 않은, 평범한 시작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김희선은 "첫 날 시청률을 보고 '(이 드라마가 사전제작 드라마의) 안 좋은 케이스가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이후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의외였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좋은 예가 하나 나오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찍이 촬영이 마무리된 드라마였지만, 시청률 반등과 함께 '품위있는 그녀' 배우들은 더욱 끈끈한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 첫 방송 당시 들었던 걱정을 뒤로 하고, 인기와 호평을 온몸으로 즐기며 잦은 회식을 즐겼다는 것이 김희선의 이야기다. 그는 "오늘도 정상훈의 번개로 회식을 하고, 김용건 선배도 우리에게 맥주를 한 잔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처음엔 마음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는 2%대 시청률을 처음 봤거든요.(웃음) 앞자리 1이 사라졌나 싶었어요. '애국가만 틀어도 나오는 시청률이라는데, 아니 이런 숫자가 있나?' 싶었죠. 제 첫 방송은 늘 12%는 나왔거든요. 저는 '종편 세대'가 아니니까, 적응을 하지 못한 거죠. 대개 지상파는 시작이 10%대잖아요. 잘 나온 드라마는 40%대도 나왔고요. 첫 방송 후 백미경 작가는 '오를거야. 괜찮아'라고 저를 달랬는데, 그러면서도 목소리가 굉장히 처져있었어요. '아, 내가 20회 방송되는 세 달 동안 술을 마셔야 하나' 했죠.(웃음)
하지만 '오를 곳밖에 없는' 시청률 덕에 김희선은 작가와도, 동료 배우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은 다 고생을 해야 친해지는 것 같다"며 "(백미경) 언니와 그 다음날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욕도 했다가, '오를거야'라며 서로 으쌰으쌰 했다를 반복했다. 수치가 높다가 떨어지는 것보다 낫지 않나. 기대를 떨어뜨리고 보니 좋더라"고 웃으며 답했다.
꾸준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났던 김희선이지만, '품위있는 그녀'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평과 지지는 그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는 '품위있는 그녀'를 "배우로서 다른 작품을 하고 싶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 큰 발받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작품을 고르는 데에 더 큰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잘 되면 잘 될수록 그렇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지니 작품을 더 못고르겠어요. 이렇게 잘돼도 싫고,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웃음) '내가 아이 엄마여도, 어떤 역할이든 매력있게 잘 하면 되지' '여전하다는 말을 들으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저도 모르게 작품을 고를 때 손을 덜덜 떨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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