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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녀' 김희선을 붙잡은 작가의 한 마디(인터뷰③)


"박복자 역 탐났지만 백미경의 큰 그림 믿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김희선이 '품위있는 그녀'의 캐스팅 단계를 떠올리며 김선아가 연기한 박복자 역에 애초 더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모든 것을 갖춘 여자 우아진 역을 제 옷처럼 소화한 김희선이지만, 극 초반을 강렬하게 이끄는 박복자 역에 욕심을 냈었다고 알렸다.

지난 1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종영을 맞아 배우 김희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9일 종영한 '품위있는 그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휴먼 시크 코미디물이다. 극 중에서 김희선은 모든 걸 다 가진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김선아는 우아진(김희선 분)의 완벽한 삶에 갑자기 끼어들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박복자 역을 맡았다.

이날 김희선은 캐스팅 단계에서 4회까지 완성된 드라마의 대본을 보고 우아진이 아닌 박복자 역에 더욱 마음이 갔었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4회까지는 우아진이 뭘 하는게 없다"고 알려 웃음을 준 뒤 "복자가 캐릭터가 처음부터 센 느낌이라 탐이 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전까지 우아진은 너무 평범한 캐릭터였어요. 우아진은 간병인 박복자의 등장, 아이 미술 선생과 남편의 외도 이후 한 단계 더 심각한 갈등을 맞게 되는 인물이니까요. 특히 윤성희(이태임 분)와의 삼자대면이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계속 평범하게 있던 인물이니, 그 때서야 저도 '우아진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 통쾌하다'라고 생각했어요."

앞서 다른 작품의 캐스팅을 논의하다 이미 가까워졌던 백미경 작가에게, 김희선은 박복자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 작가는 "너 때문에 아진을 썼다"는 확신이 담긴 한 마디로 김희선의 마음을 붙잡았다.

"백미경 작가에게 '언니, 나 복자 할래' 했어요.(웃음) 당시는 복자 역에 김선아 언니가 캐스팅되기 전이었고요. 누군가 나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는 건 배우로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백미경 작가가 '우아진은 너야. 이거 너 때문에 썼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복자가 너무 좋다'고 했더니, 백미경 작가는 '내게 큰 그림이 있어. 너는 아진이라니까'라고 저를 설득했어요."

하지만 복자 역을 향한 김희선의 구애는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백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복자 역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선은 "매일 통화를 했는데, 백미경 작가가 '언니를 믿어라. 너 때문에 우아진을 썼는데 어쩜 그렇게 내 속을 썩이니'라고 하더라"며 "믿었다. '언니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신뢰가 없으면 못하는 것 아닌가. '안 되면 언니 탓'이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백 작가를 믿은 김희선에게 돌아온 것은 복자 못지 않게 입체적이고 또 매력적인 아진이라는 캐릭터였다. 김희선은 하나의 캐릭터가 빛나기 위해선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품위있는 그녀'의 최종 캐스팅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예전에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둘만의 이야기도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 드라마의 성공을 보면 모든 배우들이 다 잘 살아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좋아한 '응답하라' 시리즈나 '비밀의 숲'을 봐도 그랬어요. 우아진의 존재감이 초반에 약하다고 해서 '잘 안 보인다'고 할 것이 아니라, 복자의 성공, 그리고 그 다음에도 계속 나오는 인물들이 있어야 드라마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돼야 '강남 사모들'도 잘 되고, 그들이 돼야 우리가 다 사는 거죠. 복자가 살아야 태동(김용건 분)이 살고, 그렇게 얽히고 설킨게 많으니 다 잘 돼야겠더라고요,"

실제로 김희선은 강남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둘째 며느리다. 극 중 아진과 아주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조건의 삶을 살아 본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마주하는 아진의 모습 앞에선 공감보단 놀라움을 느꼈다는 것이 김희선의 이야기다. 이름처럼 우아하고, 또 패기있는 아진의 행보에 배우 역시 느낀 바가 많았다.

"사소한 조건들은 저와 아진 사이에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사건들이 생기면서 나오는 아진의 모습은 제 생각과는 무척 달랐어요. 만약 저라면 남편에게 '이혼해. 변호사 선임해'라며 고소를 할 텐데, 우아진은 간도 크죠, 삼자대면이라니. 복자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패기를 보이기도 하고요. 만약 신랑과 어떤 해프닝이 생긴다면 아진처럼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 며칠 전 오빠(남편)와 싸울 때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 말고, 아진처럼 할 걸' 생각하기도 하고요.(웃음)"

우아진이라는 주인공은 드라마가 제목으로 삼은 '품위'라는 주제와도 가까이 있는 인물이다. 김희선에게 '품위'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품위'를 말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라는 뜻의 말인데, 예전에 부모님이 해 준 말씀이었어요. 자기 선을 넘지 않게, 우아진처럼 자신의 분수에 맞게 자신의 것을 지키며 사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다른 것에 욕심이 나더라도 선을 지키고,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을 아는 것, 그게 제일 힘들지만 그렇게 했을 때 멋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편 지난 6월16일 첫 방송된 '품위있는 그녀'는 종영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JTBC 드라마 인기 기록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9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12.7%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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