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알아서 예상해보시죠."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이 숙제를 던졌다. 이란전 예상 베스트11을 맞혀보라는 이야기다.
대표팀 취재진은 보통 경기를 1~2일 남겨 놓고 출전 명단을 예상한다. 대략적인 윤곽이 훈련을 통해 보이기 때문에 80% 이상은 적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당장 26일 수원 삼성과의 연습 경기도 숨긴다. 전면 비공개다. 주전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상대 이란도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알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 감독의 철통 보안 전략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상대 이란은 이미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런데도 이란은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팀의 두 축인 마수드 쇼자에이, 에흐산 하지사피(이상 파니오니오스)의 합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8월 이란의 적성국인 이스라엘 마카비 텔 아비브와의 홈 경기에 출전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적성국과의 경기를 이유로 이들을 국가대표에서 퇴출하라는 지시를 했다.
당장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반발하고 이란 축구협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구에 대한 정부 개입은 곧 징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쿠웨이트가 3차 예선 당시 몰수패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란도 같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본선 진출 박탈은 불가피하다.
일단 케이로스 감독은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골잡이 메흐디 타레미(페르세폴리스)를 비롯해 국내파 11명을 먼저 공개했다. 해외파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해외파를 고려해 합류 시점인 28일 명단을 확정한다는 의도가 깔렸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상당히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란은 한국전을 앞두고 팀이 단결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난해 10월 원정에서는 이슬람 시아아 추모일 타슈아를 맞아 검은 옷을 입거나 검은 띠를 착용하게 하고 경기장에서는 추모곡을 부르는 등 종교 행사를 빌미로 한국이 숨도 못 쉬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후폭풍도 있었다. 과도한 종교인 추모 행사를 열었다며 같은 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벌금 3만7천 스위스프랑(5천28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란 대표팀은 오는 26일 입국 예정이다. 나흘간 국내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이틀이나 빠른 입국이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막고 싶은 이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란은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한국과 비기면서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아픔이 있다. 당초 이란은 남은 두 경기를 실험으로 치르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아시아 최고 라이벌인 한국과 제대로 치르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신 감독은 "이란이 일찍 오는 것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알아서 하라고 해라"며 쿨한 태도를 보였다. 어차피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이기는, 정면 돌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남의 사정을 살필 겨를이 없다.
다만, 이란 전력은 확실히 살피고 있다. 그는 "이란의 최종예선 1~8차전과 A매치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몬테네그로에만 실점했더라.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다. 실점에 가까웠던 장면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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