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라'
흔히 누군가를 위로할 때 쓰는 말이지만,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다. 선수들의 성장에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취재진과 선수단의 '성장'에 대해 논할 때마다 늘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쁜 기억은 선수를 주춤거리게 만들지만 좋았던 기억을 상기하고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지론이 바탕이 된다.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김진욱 감독은 이날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마무리캠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마무리캠프에서 특별한 것보다 이야기할 게 많아진다"고 운을 떼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본 것들을 경험했고 그때 어땠는지에 대해서 대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 시즌 선발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류희운을 예로 들었다. 류희운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나서 3승4패 평균자책점 7.66을 기록하고 있다. 22차례 가운데 13차례가 선발 등판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 류희운은 불펜이 적합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발로 써보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우리가 속단했으면 아마 중간에서 쓰지 않았겠느냐"고 웃어보였다. 자신의 기대를 배신(?)한 류희운에 대한 기분좋은 미소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경험에 대해 강조했다. "(류희운을 포함해) 젊은 선수들이 잘했던 것을 밑거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좋았던 기억만 계속해서 반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이어 "뭘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때도, 젊은 선수들은 잘 된 것을 토대로 생각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감독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선수로서의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말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러한 철학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시즌 초였던 지난 4월, 김 감독은 자신의 역할을 선수들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작업'으로 규정했다. 즉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주는 것'을 자신의 몫으로 본 것이다.
당시 그는 "지도라는 것은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미뤄보면 지도자가 그 잠재력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그 잠재력을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다. 또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심리 치료를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자가 '지도'를 해서는 안된다. 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선수들과 호흡하며 기회를 부여해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는 그의 철학이 한껏 묻어난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지 않겠다는 뜻도 담겼다.
그리고 김 감독이 내건 '좋은 것만 보라'는 지도철학은 선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겠다는 생각과도 상통한다.
야구는 심리적인 부분과 강하게 연결되어있다. 뛰어난 야구기술도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보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결국 작은 정신적인 부분의 차이로 결정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kt의 성적은 분명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을 위한 김 감독의 철학은 1년동안 유지됐다. kt의 젊은 선수들은 비록 5월부터 8월까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9월엔 상위권 팀들에 백태클을 거는 저력도 보여줬다. 순위는 최하위에 쳐졌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잠재력은 조금이나마 보여준 셈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준 적이 없다"면서 "벤치에서 기도만 잘했다"고 웃어보였다. 믿음은 곧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이기도 하다. 그 부담을 주지 않은 김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부여했다.
다가오는 2018년엔 선수들이 김 감독의 기도 그리고 철학에 응답해야한다. 그렇다면 분명히 올해보다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이다.
조이뉴스24 수원=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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