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2일 개막식 레드카펫을 시작된 올해 영화제에는 쟁쟁한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해 현지의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을 나눴다. 화려한 의상으로 레드카펫에 오른 배우는 화제의 중심에 섰고 할리우드 성스캔들에 대한 질문은 기자회견의 단골 손님이 됐다.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부산을 찾은 배우 신성일은 60년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고, 아역 배우로 출발해 어엿한 성인이 된 배우 서신애는 파격적인 패션으로 이슈몰이를 했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여성, 그리고 여성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본 감독 겸 배우 문소리는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함께 고민을 나눴다.
해외의 영화인들은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놓은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입장 을 묻는 질문을 단골로 받았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마더!'로 부산에 첫 방문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과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인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이 이에 대한 생각을 부산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직접 밝혔다.
회고전 주인공 신성일, BIFF 들었다 놓은 과감 발언들
폐암 투병 중에도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신성일은 60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5일 취재진을 만난 그는 "회고전을 해야 하는 시기는 따로 없다. 적당한 시기가 사람에 따라 있다고 생각한다"며 "3년 전에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나 회고전 할 때 안 됐어?'라고 물었다. 이제 내 나이도 80살이다. 이 나이에 회고전을 하는 게 딱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로 영화인으로서 현재 한국 영화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성일은 "요즘 영화를 보면 막장 드라마가 돼 있다"며 "사람을 때려 죽이고 분노가 치미는 영화가 많다. 참 살벌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신성일은 "어느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여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적다고 한다. 사내들만 왔다갔다 하니까 밤낮 복수하는 영화"라며 원인 중 하나를 꼽았다.
1960년대에 데뷔해 60년 가까이 배우로서 활동한 그는 '딴따라'라는 표현에 가진 반감을 언급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딴따라라는 소리를 제일 싫어한다. 딴따라라는 말을 들으려고 영화제 뛰어든 게 아니다"며 "영화를 하는 사람은 딴따라가 아니다. 종합예술 안에 있는 예술인"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파격 드레스 서신애, 레드카펫 화제의 스타
올해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 '당신의 부탁'에 출연한 배우 서신애는 지난 12일 레드카펫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났다. MBC 시트콤 '지붕꿇고 하이킥'의 신애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서신애는 아역 배우 출신 경험을 살린 풍부한 연기력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서신애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신애'의 모습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 만큼 파격적인 패션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흰색 드레스 위에 같은 컬러의 겉옷을 걸치고 레드카펫에 나타났다.
밝은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포즈는 현장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아역 배우의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레스가 서신애라는 이름을 올해 부산 레드카펫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만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문소리가 말하는 여성, 그리고 여성 배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한 배우 문소리는 올해 영화제에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했다.
문소리는 "이번에 '여배우는 오늘도'를 하면서 필모그래피에 작품 하나를 추가했다. 올 하반기에 주연작이 없었다"고 웃으며 "연출도 하게 돼 배우로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그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해학을 담아 보여줬던 여성 배우로서의 고민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왜 이렇게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가 줄어드는지를 말했다. 영화는 산업이기도 해 이 문제는 정치, 경제 등 여러 원인들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알렸다. 이어 "더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여배우에게 남았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어느 시상식에서 상을 주면서 '여배우는 꽃이죠'라고 하더라. 그 말이 좋게만 들리진 않않다"며 "거름, 뿌리, 줄기는 될 수 없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를 가꾸겠다"고 밝혀 해운대에 모인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와인스타인 스캔들, BIFF 기자회견 단골 질문 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 영화인들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단골로 받은 질문이 있었다. 바로 할리우드 뿐 아니라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던져 준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인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여성 영화인들을 성추행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해외 게스트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질문에 답했다.
올해 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이자 정치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올리버 스톤 감독은 와인스타인 스캔들에 대해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재판받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방향에서 그 분의 업적이 있겠지만 어떤 시스템 아래서도 그런 일들이 정당화 돼선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나는 한번도 같이 작업해본 적이 없어 그를 잘 모른다"며 "이 산업에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가십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을 마무리했다.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마더!'를 들고 부산을 처음 방문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사실 하비 와인스타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직접 말하기보다는 그 행위가 불법적이고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남성이고 여성이고를 떠나, 관용을 보여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로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의 영화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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