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를 보며 갑작스레 궁금증이 밀려왔다. 과연 저 두 사람은 행복했을까?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8부작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동네 건달로 불리는 '약방 청년' 주영춘(이종현 분)과 서울에서 전학 온, 성적부터 외모까지 완벽한 '엄친딸' 박혜주(채서진 분)가 주인공.
하나부터 열까지 공통점 하나 없는 두 사람은 사랑 하나만을 의지한 채 서로를 품에 안았다.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두 사람의 이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도록 남았다.
그리고 이 연극을 만났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 개봉한 동명의 일본 영화와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 두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한국화 작업을 거친 연극은 대사부터 감정의 흐름까지, 원작의 결을 그대로 담았다. 다만 우에노 주리가 맡았던 카나에 역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 윤효정으로 바뀌고, 한국적 코미디를 가미했다는 점이 차이점일 뿐이다.
공연시간은 단 100분. 하지만 이 시간동안 공연은 사랑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효정을 짝사랑하며 곁을 지키는 사이토부터 장애를 가진 쿠미코(조제)에게 순수하게 이끌리는 츠네오, "가란다고 진짜 가버릴거면 가버려!"라고 어깃장을 부리지만 츠네오를 진심으로 의지하는 쿠미코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장애로 인해 집안에 갇혀사는 쿠미코에게 츠네오는 외부 세계로의 유일한 창이다. 색다름에 이끌린 두 사람의 사랑은 예정된 이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쿠미코는 가장 행복한 순간 이별을 준비하고, 츠네오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쿠미코에게 서서히 지쳐간다. 그렇게 이별은 눈앞에 다가온다.
"이별은 담담했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츠네오)
공연을 보는 내내 가슴 한켠이 묵직했다.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감정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묻게 만들었다. 극 말미, 쿠미코를 버리고 나온 츠네오는 오열한다. 깊고 깊은 바다 속에서 홀로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을 쿠미코에 대한 죄책감, 아주 조금 남아있는 애정,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을 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뒤섞인 울음일 터다.
연극을 보고 난 뒤, 궁금증은 한층 짙어졌다. 그래서 '란제리 소녀시대'의 영춘과 혜주는 진짜 행복했을까. 그들은 쿠미코와 츠네오 처럼 가슴을 아리는 헤어짐 없이,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종영했고,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10월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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