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올 시즌 KBO리그 타격왕은 KIA 타이거즈 유격수 김선빈이다. 김선빈은 타율 3할7푼 5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 박건우(타율 0.366)를 따돌리고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선빈은 타격왕이 확정된 직후 "많은 사람들이 내가 키가 작아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수없이 지적했다. 그런 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이를 더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었다"고 말했다. 김선빈의 키는 공식 프로필상 165㎝다.
NC 다이노스 유격수 손시헌은 김선빈보다 앞서 작은 체구로 인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키 170㎝의 왜소한 선수를 원하는 팀들은 많지 않았다. 대학 진학도 프로 입단도 모두 작은 체구가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손시헌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03년 데뷔 이후 골든 글러브 2회(2005·2009) 수상, 국가대표 3회(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2013 WBC) 등 KBO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등번호 KBO리그 13번의 상징 손시헌과 대화를 나눴다. 13번째 시즌을 마진 손시헌은 올 시즌 적지 않은 우여곡절과 고비가 있었지만 수월하게 넘긴 것 같다"며 "유니폼을 벗기 전에 우승이라는 꿈을 꼭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손시헌과 일문일답.
-올해로 1군에서 13번째 시즌을 보냈습니다.
"말로 전부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시즌 중간중간 고비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그 고비들을 빠르게 넘어가면서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올해 야구를 하면서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야구를 좀 더 진지하게 대하고 좀 더 배우고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시즌이었습니다."
-2003년 프로 데뷔 때부터 줄곧 13번을 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13번을 달고 있습니다. 1989년부터 달았으니까 꽤 오래됐네요. 아마추어 때 몇 차례 바꾸기도 했었지만 대학(동의대학교) 때 13번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프로에 와서도 시작했던 번호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13번을 계속 달고 뛰고 있어요.
13이라는 숫자가 외국에서는 안 좋은 숫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어릴 때부터 좋지 않은 숫자니까 다른 등번호를 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걸 좀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다른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저에게는 위대한, 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대학 진학과 프로 입단 모두 순탄치 못했는데요.
"제가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체구가 작은 선수들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고등학교 선배님이시자 은사님이기도 했던 김광수(전 한화 수석코치) 코치님의 도움으로 대학(동의대) 진학도 프로 입단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때도 프로에 곧장 가지는 못 했죠. 그래도 대학교 4년간 성적이 나쁘지 않아 5개 구단에서 신고 선수 입단 제의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서울이다 보니 서울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가장 먼저 LG 트윈스에서 연락이 왔어요. 계약금도 별도로 챙겨준다고 했는데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죠. 돈을 마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김광수 코치님이 두산 코치로 계셨고 무엇보다 LG에는 박경수(현 kt 위즈)가 4억이 넘는 계약금을 받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상태였습니다. 분명히 저보다 나이도 더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 박경수에게 기회가 더 많이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산을 선택하는데 크게 고민이 되진 않았습니다."
-입단 첫해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이 돼 59경기에 나섰습니다.
"1군 경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타율도 낮고 뛰어난 성적(59G 타율 0.220 1홈런 6타점 2도루)을 거둔 것도 아니었지만 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때는 경기 수가 적은데 반해 프로는 매일매일 경기를 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성적을 떠나 하루하루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2003년 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습니다. 2004년에는 주전 확보와 100경기 출전, 안타 80개, 50타점 등 타격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정해 놓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4년부터 김경문 감독(현 NC 감독)님이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면서 100경기 출전과 80안타, 주전 확보라는 목표는 이룰 수 있었습니다. 2004년 이후로는 매년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적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하나씩 목표를 이룰 때마다 정말 뿌듯했어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올해 목표도 달성했는지 궁금합니다.
"2005 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을 때가 가장 많이 떠올라요. 올해는 130경기 출전, 타율 3할과 70타점이었습니다. 도달한 목표도 도달하지 못한 목표도 있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러운 성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NC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한 건 아쉬워요. 와일드 카드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도장 깨기'를 한다는 느낌으로 밑에서부터 잘 올라가긴 했습니다. 우리가 두산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잘 싸웠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막상 또 시즌이 끝나고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허전한 마음이 크게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KIA 김선빈, 두산 허경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박민우까지 손시헌을 존경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특히 허경민은 직접 "손시헌 선배를 가장 존경한다. 손시헌 선배처럼 되고 싶어 13번을 달게 됐다"고도 했는데요. 왜 많은 후배들이 본인을 믿고 따른다고 생각하나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렇게 얘기해주는 후배들이 고맙죠. 나이 차가 크다 보니 김선빈과 허경민 모두 직접 많은 대화를 나눠본 기억은 없어요. 선빈이와는 같은 팀에서 뛴 적도 없고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후배들이 절 좋게 생각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민우는 NC에 와서 함께 운동하면서 가장 큰 애착을 가지게 된 후배입니다. 제가 홈런 치고 들어오면 민우가 동료들이 절 못 때리게 막아준다는 사실은 팬분들이 말씀해주셔서 알았어요.
사실 제가 민우를 엄하게 혼낼 때도 많아요. 하지만 서로를 좋아하고 신뢰한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죠.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선수고 NC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데요.
"이제 시즌이 끝난지 며칠 되지 않아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제가 NC라는 팀에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 구단에서도 절 좋게 봐주실 거라는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마운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김경문 감독님입니다. 김 감독님은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신 첫해(2004)부터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제가 NC로 옮긴 뒤에도 매년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써주세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 김광수 코치님이 떠올라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야구 인생에서 참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현재 NC 수비코치로 계시는 이동욱 코치님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기운을 북돋아 주십니다. NC에서 제가 베테랑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본인의 활약으로 작은 체구를 가진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이 부분에서는 분명 자부심이 있습니다. 2005년도 골든 글러브 시상식 때 정근우(현 한화 이글스) 선수 아버지께서 제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근우가 SK 와이번스에 입단할 때 억대 계약금(1억4천만원)을 받았는데 작은 체구의 선수들이 억대 계약금을 받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프로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충분히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퍼졌다고 하시더군요.
꼭 저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작은 선수들이 외면받던 시절에 프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조금이나마 (작은 선수들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을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은 합니다. 근우도 선빈이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주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선수로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요.
"유니폼을 벗기 전에 꼭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와 (이)종욱이, 김경문 감독님이 함께할 때 우승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께는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준우승만 세 차례(2005·2013·2016) 경험해봤습니다. 우승 앞에 늘 고개를 숙여야 했는데 매도 많이 맞아서 그런지 면역이 많이 생겼습니다.
준우승을 했다고 좌절감에 빠져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은퇴하기 전에 꼭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 골근 글러브도 받아보고 태극마크까지 달았으니 정말 우승 하나만 남았습니다. 꼭 한국시리즈 우승을 감독님과 함께하고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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