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컵(구 동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일주일이나 앞선 소집을 통해 24명 중 20명이 모였다.
대표팀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훈련하고 있다. 짧고 굵게 1시간 정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애를 쓰고 있다. 두 시간 내지 그 이상을 소비하며 구슬땀을 흘렸던 예전과 다른 풍경이다.
오후 훈련의 경우 주로 체력이나 전술 훈련 등 기본기에 집중한다. 좁은 공간에서 18명의 필드플레이어가 빠르게 패스를 전달하며 상대의 압박을 탈출하는 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오전 훈련은 철저하게 비공개다. 짧은 시간이라도 공개를 하면 안 되느냐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요지부동이다. 29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신태용 감독이 떠난 뒤에도 오전 훈련 비공개 기조는 유지된다. 세트피스 등 세부 전술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세트피스는 '신태용호'는 물론 앞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도 사랑니처럼 아프기만 했다. 제대로 성공을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최종예선 10경기 10실점 중 3실점을 세트피스에서 내줬다. 콜롬비아전 실점도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프리킥을 방어하다 크리스티안 자파타(AC밀란)를 놓쳐 벌어진 일이었다.
반대로 지난 3월 시리아전 홍정호(장쑤 쑤닝)의 골 이후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활용해 넣은 골이 없다. 쉽게 골을 넣고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세트피스 활용 능력 저하는 여러모로 뼈아픈 일이다.
신 감독 개인에게도 세트피스는 듣기 싫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수장으로 지난 5월 치른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세트피스를 활용한 득점은 없었다.
본선에서 피지컬 능력이 좋은 유럽팀을 최대 2팀을 만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세트피스 활용은 필수다. 지난 14일 세르비아전에서도 장신과 힘을 앞세운 상대 수비에 애를 먹었다. 신 감독은 "유럽의 피지컬을 상대하려면 세트피스를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안컵에서는 세트피스를 어떻게든 보여줘야 한다. 일단 키커는 많다. 왼발은 김민우·염기훈(이상 수원 삼성) 김진수·이재성(전북 현대) 윤일록·주세종(FC서울)이 있다. 오른발은 윤일록·이명주(이상 FC서울)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 등이 대기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오전 훈련은 주로 세트피스 중심이다. 내용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다양한 위치에서 선수들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아시안컵에서는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도 세트피스를 어떻게든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본선에서 주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최선참인 염기훈 활용법이 그렇다. 신 감독은 "염기훈은 후반 조커로서 세트피스나 상대가 지쳤을 때 압박하는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 나이로는 월드컵에 나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본다"며 킥 능력이 좋은 자원의 중용을 예고했다.
향후 유럽파가 합류하면 키커는 더 다양해진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오른발에 권창훈(디종FCO)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왼발도 있다. 생존이라는 기본 과제가 주어진 신태용호에 세트피스 장착이라는 추가 과제까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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