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최투지' 최철순(30, 전북 현대)은 K리그의 대표적인 팔방미인 수비수다. 최전방 공격수만 빼고 모든 위치에서 뛸 수 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상대 키플레이어를 잡는 역할로 '최철순 시프트'를 가동해 재미를 보는 것도 최철순이 그만큼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축구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최철순이었다. 2010년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데뷔했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치렀던 2013년 2월 크로아티아전도 그랬다.
이 때문에 최철순은 종종 "국가대표는 참 어렵다. 잘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된다"며 도전이 너무 험난하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해외파도 아니고 2006년 전북에 데뷔해 부지런함과 성실함 하나도 쭉 버텨왔던 최철순을 생각하면 예상 밖의 태도다.
그러나 최철순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자신을 점점 더 믿기 시작했다. 3월 시리아전을 시작으로 6월 카타르전을 지나 8월 이란전까지 서서히 오른쪽 측면에 자리 잡았다.
더 강한 인상은 지난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전에서 남겼다. 콜롬비아전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도움을 기록하는 등 역동적이었다. 앞선의 이재성(전북 현대)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오버래핑을 과감하게 나와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는 등 전북에서의 모습 이상이었다.
수비라인은 고정화가 화두다. 신태용 감독은 E-1 챔피언십에서 "실점 줄이기에 집중하겠다"며 안정적인 틀 구축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격, 미드필더진과 달리 수비진은 유럽에서 뛰는 자원이 없다. 사실상 현재의 자원들에서 압축하는 셈이다.
특히 측면 수비자원은 더 그렇다. 김창수(울산 현대)가 합류하지 못해 여전히 잠재적 경쟁자이지만 최철순이 좀 더 기회를 얻으면서 주인이 되는 모양새다. E-1 챔피언십만 잘 해낸다면 굳히기도 가능하다. 물론 같이 나서는 고요한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30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최철순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소리를 질러가며 동료들과 훈련을 즐겼다. K리그 조기 우승으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긴장의 끈을 조였다.
항상 유쾌한 최철순은 "동료들에게 많이 배운다. (경쟁자인) 고요한에게서도 맨투맨 수비를 배운다. 나도 다른 선수를 가르치기도 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기에 나가는 것이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책임감은 최철순을 감싸고 있다. E-1 챔피언십은 북한, 중국, 일본 등 빡빡한 상대들과 마주한다. 그는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며 "(앞선의) 이재성과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재성이가 볼을 어떻게 달라고 하니 난 그대로 준다. 편하게 한다. 열정적으로 축구를 하는 선수라 서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최철순 인생에 월드컵 본선 경험은 가능할까, 그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보완해서 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중국 모두 강하게 나오지 않을까. 경기장에서 지는 것을 싫어한다. 투지도 보여주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E-1 챔피언십을 거쳐 본선 경쟁력이 있는 선수로 올라서겠다고 다짐했다.
속도와 체력을 앞세운 훈련은 최철순에게도 딱 맞다. 그는 "기술 좋은 선수가 많아서 즐겁다. 한 가지를 알려주면 두 가지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많이 배운다. 앞으로 볼이 나가면 템포가 빨라진다.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해서 맞춰가고 있다"며 대표팀 조직력 강화 속 개인도 좋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