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김수경 NC 다이노스 스카우트는 현역 시절 KBO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현대 유니콘스(2007년 해체)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1998년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듬해 탈삼진왕 그리고 2000년 마침내 다승왕 타이틀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김 스카우트의 은퇴는 이른 편이다. 구위 저하로 인해 33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니폼을 벗었다. 2012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프로 통산 346경기 112승98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넥센 히어로즈에서 1군 불펜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3시즌이 끝난 직후 김 스카우트는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그해 12월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휘하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로 팀을 옮겨 재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끝내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고 2015년 후반기 완전한 현역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김 스카우트는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고 스카우트 업무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NC가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좋은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다음은 김 스카우트와 일문일답이다.
-2013년 넥센 불펜코치를 그만두고 고양 원더스로 갔다.
"넥센에서 코치를 할 때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누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운드에 서고 싶더라. 은퇴식까지 잡혀있었는데 내가 고사했다. 염경엽(현 SK 와이번스 단장) 감독님께는 지금도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다. 내색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선수로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끼셨을 거다."
"염 감독님은 당시 부임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냈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코치로서 감독님을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갈팡질팡했다. 감사한 건 2013 시즌이 끝나고 선수로 재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니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셨다."
-고양 원더스로 가게 된 계기는.
"다른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게 김성근 감독님이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지도자 밑에서 야구를 배워보고 싶다. 2012년 은퇴 후 코치로 1년 일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때가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내가 고맙게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난 그때 프로 마운드에 서고 싶어서 넥센을 나온 게 아니다. 볼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싶었다. 다시 프로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배우기만 하고 끝났다.(웃음)."
-고양 원더스 초반 성적이 좋았다.
"2014년 겨울 일본 전지훈련 때 몸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일본 독립구단과의 연습경기 투구 내용도 좋았다. 그런데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전지훈련이 끝날 때 즈음 팔꿈치에 염증이 와서 두 달 동안 공을 못 던졌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페이스를 올리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
-2014년 원더스 해체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1년간 국내 재활 센터에 다니면서 혼자 운동했다. 코치를 그만두고 다시 선수로 도전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딱 1년만 하고 그만두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조금만 더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어느 팀에 못 들어가더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2015년 내내 재활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원하는 몸 상태를 갖추지 못했다.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선택했다. 아쉬움은 전혀 없다. 오히려 후련하다. 지금은 누가 야구하는 모습을 봐도 내가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다. 지금은 스카우트 일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다.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냈다. 지금은 NC 스카우트로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카우트로 두 시즌을 보냈다.
"첫해였던 2016년은 일을 배우다 보니 한해가 훌쩍 지나갔다. 올해는 스카우트 업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파악한 상태에서 선수들을 자세히 지켜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할 일이 많고 어려웠다. 어떤 때는 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에 4경기씩 보는 경우도 있다. 선수별로 기량을 체크하고 특이 사항을 기록하고 영상까지 찍어야 한다.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직업이 스카우트다."
-대회가 없는 12월은 어떻게 보내나.
"이 시기에는 200명 정도 내년에 지켜봐야 할 선수들을 추린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1천명 가까이 되는데 모두 다 지켜볼 수는 없다. 저학년 때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 리스트를 포괄적으로 작성한다. 부상 여부, 포지션 등을 조사하는 기간이다. 겨울에는 경기도 없고 체력 훈련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숨을 고르는 때이기도 하다."
-스카우트 업무에서 어려운 부분은.
"요즘은 기량 못지않게 인성이 화두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한두 번보고 알기 어렵다. 꾸준히 훈련장을 찾아다니면서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동료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관찰한다. 그렇게 해도 다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선수를 지명할지 모르니 100~150명 이상 봐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신인들에게 조언도 해주는지.
"지난달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 내년 2월 스프링 캠프 전까지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 얘기는 해줬다. 하지만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아직은 와닿지 않을 거다. 본인들이 선배들과 함께 운동을 해보면 절실하게 깨달을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에 지명될 정도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팀의 중심에 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프로에 오면 그저 새내기에 불과하다. 정말 야구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내 실력이 대단한 게 아니었다는 걸 느낄 거다. 보통은 자연스레 죽어라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거라고 본다."
-NC는 좋은 신인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NC는 구단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몸담은지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무엇보다 김경문 NC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적절한 긴장감과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여기에 각 파트별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지도하는 것 같다."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닌데 야구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우선 NC의 스카우트로서 NC가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좋은 선수들을 지명하는 것이다. 이제 KBO리그 전체에 육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그저 NC가 지명한 선수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또 어떤 보직을 맡더라도 소통을 잘하는 야구인이 되고 싶다. 지금도 선수들의 감정 상태를 잘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야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야구 하나다. 그래도 빠른 은퇴 뒤 프로 코치로, 독립구단 선수로, 또 혼자 운동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스카우트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내가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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