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이별의 시간. LG 트윈스가 데이비드 허프와 재계약이 불발됐다. 팀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별이지만 냉정하게 따질 필요도 있다.
LG 구단 측은 "허프와 지속적으로 재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 사이에 금액에 대한 이견이 있어 결렬됐다"고 13일 발표했다.
허프는 지난 시즌 스캇 코프랜드를 대신한 외국인선수로 한국을 찾았다. 시속 150㎞에 가까운 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점, 여기에 총액 55만 달러(약 6억원)라는 저렴한 가격도 매력적인 부분이 됐다.
허프는 그해 연봉과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했다. 13경기에 등판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면서 소속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LG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 시즌 연봉도 100만 달러(약 11억원)로 훌쩍 뛰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때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 초반 결장했다. 그러나 허트는 좌완 에이스 역할을 했다. 부상 복귀 후 19경기에 출장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의 구위는 대단했다. 두 차례 완투승도 거뒀고 탈삼진 98개를 솎아냈다. 헨리 소사와 함께 LG 마운드에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허프가 올 시즌 팀내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에 이견을 달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당장 올 시즌 두 차례에 걸쳐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시범경기 때 당한 무릎 부상에 이어 시즌 도중 입은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이때문에 허프는 규정이닝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시즌 경기가 치러진 186일 가운데 76일 동안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이다. 평균자책점이 낮고 위력적인 구위를 가지긴 했지만 시즌 두 차례의 장기간 부상은 LG 구단 입장에서는 (재계약에 대해)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구단은 올 시즌 종료 꾸준히 허프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종적으로 허프에게 올해 연봉인 140만 달러(약 15억 3천만원)에 더해 옵션을 걸었다. 총액을 따진다면 사실상 국내 무대 최고 대우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부상 경력이 있었지만 구위와 그동안 팀 공헌도를 인정한 셈이다.
재계액을 대한 성의를 보였지만 결국 허프는 계약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적 시장 동향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허프가 200만 달러(약 21억 8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200만 달러 이상을 계약을 맺은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전 두산 베어스)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뿐이다.
두 선수의 성적은 KBO리그를 통틀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퍼트는 올 시즌 210만 달러(약 23억원)를 연봉으로 받았다. 지난 시즌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라는 성적을 거둔 데 따른 보상이다. 니퍼트는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8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선보였다, 200만 달러 이상을 줄 수 있는 명분은 충분했다.
헥터도 마찬가지다. 그는 KIA와 2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는 올 시즌 KIA에서 20승을 올리며 양현종(20승)과 함께 선발진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헥터와 양현종은 KIA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일등공신인 셈이다.
그는 지난 시즌 170만 달러(약 18억5천만원)를 받았다. 재계약으로 30만 달러가 올라갔다, 정규리그에서 20승을 거두고 우승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엄밀히 말해 허프는 니퍼트·헥터와 경우가 다르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허프에게 2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안기는 것은 팀으로선 너무나 불확실한 선택이다.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나 승수라는 지표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한 시즌 20승을 거둔 투수와 비교해 허프는 2년간 13승을 따낸 것이 전부다. 또한 LG가 그를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최고 대우를 거절한 쪽이 허프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LG와 허프의 재결합은 불발됐다. 허프 영입에 힘을 기울였던 LG로도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일본 스포츠전문일간지 '스포츠호치'는 지난 1일 "허프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할 기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LG가 허프를 놓치면서 상당히 급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LG 구단 측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영입 후보군에 있는 선수들과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선수들 모두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허프는 빨리 잊고 그를 위해 준비했던 거액을 잘 활요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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