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배우 곽도원이 영화 '강철비'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올해 여름 개봉한 '특별시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곽도원은 부지런히 활동하며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배우로서 '강철비'는 유독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천만영화 '변호인'(2013)에 이어 양우석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고 정치적 메시지를 갖는 영화에 또 한번 출연했기 때문.
지난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철비'(감독 양우석, 제작 모팩앤알프레드)에 출연한 곽도원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곽도원은 '강철비'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영화와 '변호인'의 접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강철비'는 북한의 권력 1호와 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한반도 최대 위기를 그린 첩보액션 작품이다. 곽도원은 엄철우와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는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대행 곽철우를 연기한다.
먼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곽도원은 "캐릭터보다 엔딩에 설득 당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만약 핵이 생긴다면 통일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왔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게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에게 보여진다면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라는 호기심이 컸다"고 했다.
이어 '강철비'만의 색깔을 설명했다.
"영화에서 북한 앵커 역을 맡은 분은 실제 개그우먼이었어요. 감독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북한 사투리를 하는 사람 중에 그 분이 제일 잘한다'라는 답변을 받았죠 . 그 분이 촬영한 걸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코미디언이지만 리얼한 앵커 연기를 하는 게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었어요. 영화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결국 허구예요. 핵을 갖는다는 게 코미디일 수 있고 황당한 상상일 수도 있죠. (실제와 상상을 오가는 게) 관객들에게 전하는 색깔이에요."
'강철비'의 곽철우는 곽도원이 지금껏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소년'스럽다. 그는 무겁지만 동시에 유쾌하게 곽철우를 그려낸다. "고위공직자 역할을 많이 연기해왔다. 실제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면 딱딱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다만 공적인 일을 할 때는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하며 "무겁지만, 관객이 숨을 쉴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이 곽철우라고 생각했다. 또 딱딱한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고 재밌게 하고 싶었다"고 곽도원은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웃음 포인트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곽철우와 엄철우가 같이 국수를 먹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님에게 '정우성과 수갑을 옆으로 해서 차는 게 어떻겠냐'라고 제안했죠. 또 가수 지드래곤 곡 '삐딱하게'는 원래 영화에 삽입되는 게 아니었어요. 처음엔 더 유명한 지드래곤의 다른 곡이었죠. 제가 그 곡을 따라 불러야 했는데 저와 안 맞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 감독님을 계속 설득해서 바꿨어요. 다만 영화에선 애드리브가 거의 없어요. 혹시나 뉘앙스가 잘못 전달될까봐 조심스럽게 찍었어요."
곽도원은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기자들에게서 능글맞게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걱정을 좀 덜었다"고 안도감을 내비쳤다. 의도한 대로 맡은 인물이 표현됐냐는 질문엔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줬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양우석 감독을 칭찬했다.
"양우석 감독님에 대해선 '변호인' 때도 많이 놀랐어요. 감독님은 역사, 정치, 미술,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의사와 전문 용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더라고요. 옆에 있으면 '감독님이 의대 공부를 했나'라고 생각할 정도죠. 양우석 감독님은 그만큼 디테일해요."
곽철우는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가 능통한 옥스포드 대학 출신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이다. 곽도원은 "감독님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부터 시작해 이들의 기원에 대해 강의해줬다. '이거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책도 많이 추천해줬다. 하지만 완독한 건 없다"고 웃으며 고백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변호인'과 '강철비'는 다른 소재이지만 모두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곽도원은 '변호인'에서 악랄한 고문 경찰 차동영을 연기했다. 그는 "특정한 정치적 (신념)으로 출연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극단에 있었을 때 '배우는 무정부주의자, 회색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배웠을 뿐더러 배우는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해 겨울 촛불집회에 나갔고 정권이 바뀌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정부도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배우로서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매체를 통해 그것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숙명"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배우는 사명감을 갖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강철비'는 지난 14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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