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일전의 열기는 어디 가지 않았다.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가 열리는 경기장 일대는 온통 일본 대표팀을 상징하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접근이 용이한 전철 도비다큐(飛田給)역에는 승객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일본 특유의 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었다. 왼쪽으로 서서 통로를 확보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장 앞 스포츠용품점에도 인파로 가득했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도쿄 용품점에는 많은 응원 도구가 깔려 있었다. 일본 대표팀 유니폼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음식점에도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번 대회는 흥행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남자부의 경우 일본 대표팀이 2군에 가까워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9일 북한과의 첫 경기에서는 1만9천명대의 관중을 기록해 일본 언론의 걱정이 상당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일전이라는 흥행카드는 살아 있었다. 경기 하루 전부터 한국전 중계를 예고하는 일본 중계권사 후지TV의 관련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스포츠 호치 등 주요 신문들도 한일전에 대한 전망을 세세하게 했다.
현장도 반응했다. 경기장 4면을 일본 관중이 뒤덮었다. 일본 서포터 '울트라 닛폰'은 각종 격문을 걸어놓고 한일전에 앞서 열린 북한-중국전을 관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중석은 서서히 메워졌다. 120명으로 구성된 붉은악마는 북한-중국전 후반께 일본 거주 재일 한국인 응원단과 함께 남쪽 관중석 구석에 자리 잡았다. 총 1천여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공교롭게도 관중석 한 구역 옆에는 조총련계의 북한 응원단이 있었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FC도쿄 소속인 장현수나 일본 사간 도스에서 뛰었던 김민우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도 보였다. 붉은악마 옆에 걸려 있었다. 대표팀 주장인 장현수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 팬이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전이 끝난 뒤에는 남, 북한 응원단이 서로를 마주보며 응원하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남측의 '아리랑'에 북측이 박수로 화답했다. 한일전 시작 후에는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 붉은악마는 기죽지 않으려 '그대들의 발끝에서 역사가 시작된다'는 격문을 붙여 신태용호에 한일전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그나마 우려했던 욱일승천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조직위는 철저하게 소지품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장기를 중심으로 꾸민 현수막만 붙어 있었다. 한국 응원단이 위치한 남쪽 관중석 일부를 제외한 모든 관중석이 메워졌다. 붉은악마는 태극기를 들어 올리며 맞섰다. 치열했던 한일전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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