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계륵'으로 불리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은 축구대표팀에 있어 난제였다. 장신이라는 이점은 확실하지만, 공중전으로만 활용해 경기 속도가 떨어지고 단조롭게 볼이 전개된다는 단점도 명확했다.
하지만,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통해 김신욱은 발밑 플레이 등 다양한 스타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신욱은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4-1 역전승에 일조했다. 0-1로 지고 있던 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전북 현대)의 가로지르기를 쇼지 겐(가시마 앤틀러스)을 앞에 두고 헤더 슈팅해 골을 터뜨렸다.
정우영(충칭 리판)의 프리킥 골로 2-1로 앞서간 35분에는 이재성(전북 현대)의 대각선 패스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왼발로 슈팅해 멀티골을 완성했다. 발을 잘 쓰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털어냈다.
지난 9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도 김신욱은 발로 골을 터뜨렸다. 알맞은 속도에 의한 패스가 연결된다면 생각 밖의 빠른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김신욱 활용법을 어느 정도 확인한 것은 신태용 감독에게는 큰 소득이다. 신 감독은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A매치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원톱 기용으로 재미를 봤다.
손흥민의 원톱이 플랜A라면 김신욱의 회생은 플랜B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 이번 대회 자체를 뛰지 못했고 새 얼굴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이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경험 부족을 동시에 노출한 상황에서 김신욱이라는 무기를 제대로 활용한 것은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시기 석현준(트루아)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 다시 뛰어든 것을 고려하면 김신욱의 분발은 더욱 긍정적이다. 석현준은 17일 아미앙전에서도 전반 32분 카오이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무효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최근 7경기 5골을 넣었는데 머리, 발, 가슴 등 온몸을 던져가며 골맛을 봤다. 김신욱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확실히 다름을 알렸다.
신 감독은 대회 기간 중 "오는 19일 유럽으로 날아가 석현준을 확인하려고 한다"며 은근히 김신욱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김신욱을 위해 선수들에게 "신욱이도 발기술이 좋으니 공중 말고 아래로도 볼을 연결하라"며 가진 장점 극대화에 나섰다. 그 결과 일본전 두 골로 이어졌다.
김신욱은 "이전 대표팀 감독들은 나를 주로 교체 선수로 활용했다. 홍명보 전 감독 체제 이후 대표팀에서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태용 감독님이 대표팀에서 죽어가던 나를 살렸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원톱, 투톱에서 모두 쏠쏠하게 활용 가능한 김신욱으로 인해 신태용호의 공격은 플랜A~D 등 넓어졌다. 관건은 지속성, 연속성 유지다. 김신욱은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후반 교체로 나서 위력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스웨덴, 독일과는 힘 싸움을 해야 하고 멕시코와는 높이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활용법을 찾은 김신욱을 어떤 카드로 꺼낼 것인지 신 감독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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