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김윤석이 보인 눈물의 의미(인터뷰)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1987'을 첫 선을 보인 뒤 느낀 뭉클함을 고백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고교 후배이기도 한 그는 열사의 죽음 이후 상황으로 문을 여는 이 영화에 남다른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더해 김윤석은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 이어 두 번째로 작업한 장준환 감독이 '1987'을 완성하기까지 겪은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1987'의 제작기를 돌아봤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윤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윤석은 극 중 진실을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장 박처장 역을 연기했다. 실존 인물 박처원을 모델로 재창조된 인물이다.

영화에서 박처장은 간첩 및 용공 사건을 전담하는 대공수사처의 실세로, 반공이 애국이라 굳게 믿으며 수사에 있어서는 잔혹한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스물두 살 대학생의 죽음이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다.

김윤석에게 지난 주 진행된 '1987' 관련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당시 장준환 감독이 눈시울을 붉혔던 것에 이어 김윤석 역시 눈물로 영화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눈물의 의미를 묻자 그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어 "장준환 감독 때문에 그런 눈물을 보였던 것 같다"며 "이 사람은 영화를 준비하고 완성하기까지, 1년 넘게 완전히 올인해 사건 자체를 고증하고 파헤쳐 보고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지 않았나. 눈물이 안날 수 없는 상황까지 갔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인터뷰에서 김윤석은 자신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대학 재학 당시에도 연극 활동을 했던 김윤석은 "연극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면서도 "그 당시에는 대학생 치고 데모 한번 안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땐 분위기 전체가 그랬다"고 답했다. 이어 "이를테면 학교 대자보를 붙일 때도 운동권 출신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우 여러분 손이 모자랍니다'라고 하면 '이 대자보 쓰면 돼? 그래, 도와줄게'하던 시대였다"며 "나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독재에 대항하던 대학의 활동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윤석은 "동아리도 많지 않나. 연극, 만화도 있고,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그랬다"며 "마당극도 유행했고 정치 풍자극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에 다 동참했던 것 같다"고 알렸다.

'1987'의 기획과 캐스팅은 장미대선이 확정되기 한참 전 이미 완료됐다. 지난 겨울 광장의 촛불과 '1987' 속 항쟁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며 김윤석은 "촛불이 광장에 타오르던 우리의 모습과 이 영화 속 광장의 모습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장미대선이 될 줄 꿈에도 모르고 시작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영화를 찍는 여건이 바뀌었다거나 '세상이 바뀌어서 편하게 찍을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출연이) 다 결정이 났던 상황이니 '그런가보다' 싶었다. 우리는 열심히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영화가 기획되고 프리프로덕션이 한창일 때만 해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탄압이 유효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출연을 결정하며 부담을 느끼진 않았는지 묻자 김윤석은 "우리 마음 속 부담은 이 영화의 완성도였다. 그게 제일 부담스러웠다"며 "그 시대를 함께 한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유가족들도 있지 않나. 얼마나 완성도있게 좋은 영화를 만들 것인지가 제일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윤석은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만약 이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어 온다면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싶었다"며 "실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가을 영화 '남한산성'의 김상헌 역으로 관객을 만났던 그는 '1987'로 2개월여 만에 다시 극장가를 누빈다. '남한산성'이 굴욕 속 교훈을 남긴 역사를 담았다면 '1987'은 연대와 용기가 만들어낸 민주주의 역사의 한 전환점을 그린 작품이다. 김윤석에겐 두 편의 영화 모두 2017년을 특별하게 만든 작품들로 남았다.

김윤석은 "저에게는 두 영화다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라며 "'1987'은 2018년에도 한 해를 여는 작품이 될 듯하다. 올 한 해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남다른 감흥을 알렸다.

영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