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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력 감소' 수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모기업 제일기획 철학 부재…불협화음에 이적 시장 패자 전락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흥미로운 지표를 발표했다. 올해 총 관중수와 구단별 유료 관중 등 흥행에 대한 기록들을 공개했다.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총 관중수가 148만5천197명이었다. 평균 6천486명으로 프로연맹이 바라는 한 시즌 평균 1만명 시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유료, 무료 관중을 포함한 총 관중수 1위는 FC서울로 31만61명, 평균 1만6천318명이 관람했다. 이후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확인 결과 전북 현대가 22만2천29명, 평균 1만1천686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와 4위가 가장 인상적이다. 3위는 수원 삼성으로 16만7천231명에 평균 8천802명이었다. 울산이 16만824명에 8천464명이다. 5위까지 따지면 포항 스틸러스로 15만9천100명에 평균 8천374명이다.

다소 놀라운 기록이다. 특히 수원에 시선이 집중된다. 수원은 서울과 더불어 K리그 흥행을 주도하는 소위 '리딩 구단'이었다. 그러나 전북의 급부상으로 점점 추락하더니 관중 유치 1위를 내줬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관중 동원 하락 시점이다. 2013, 2014년까지 수원은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리그 총관중수는 203만9천475명이었다. 수원은 33만6천98명, 평균 관중 1만7천689명이었다.

2014년에서도 수원은 37만2551명, 평균 1만9천608명을 모았다. 전체 관중 181만189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2014년부터 2013년의 실관중 수치 공개가 시작되고도 흥행 구단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전북에 총 관중 1위를 뺏겼지만 91.5%의 유료 관중 비율을 기록했다. 전체 1위였다. 경기당 평균 관중 1만3천195명 중 1만2천69명의 유료 관중이었다. 무료표 근절 정책을 세운 결과였다.

당시 수원은 '블루 랄라', '리얼 블루' 등 분명한 컨셉트로 관중 모으기에 애를 썼다. 성적이 신통치 않아도 충성도 놓은 팬층을 유지했다. 확실한 관중 유치와 경기 집중도를 높인다는 파격적인 결단으로 2층 관중석을 운영하지 않는 등 과감한 실험도 있었다. 터치라인 부근에 관중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수원이 내놓은 마케팅 작품은 거의 없었다. 다른 구단들이 재미난 아이디어로 관중 유혹을 하는 동안 수원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북은 아시아 축구연맹(AFC) 워크숍에 가서 '닥공'을 앞세워 지역 밀착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등 아시아의 모범지표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됐다.

공교롭게도 2016년은 김준식 전 대표이사와 박창수 단장 체제가 시작되는 해였다. 삼성전자 홍보 부문 부사장 출신 김 대표는 상근 대표를 선언했다. 박 단장은 모기업 제일기획 출신이다. 그 역시 상근직이었다. 옥상옥이라는 우려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수원은 대표이사가 비상근, 단장 상근으로 구단이 돌아갔지만 이석명 전 단장 퇴임과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오히려 구단 경영진이 비대해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선수단, 팬과의 소통 방식이 빵점이었다. 19일 사임한 김 전 대표의 경우 그나마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 등 여러 기구에 발을 뻗으면서 스포츠 구단 경영에 대해 서서히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던 인물이었다. 퇴임 전 구단 인사에서 다소 의아한 반응을 야기했고, 전임 이석명 단장과 비교하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공부를 통해 조금씩 만회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박 단장이다. 박 단장은 유소년 업무와 성인팀 업무를 동시에 걸치고 있었다. 박 단장은 부임 후 공식적으로 언론에는 한 번도 모습을 노출한 적이 없다. 억지로 노출된 적이 있다면 지난해 10월 수원FC에 패한 뒤 성난 팬들의 구단 로비 점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염기훈이 눈물을 흘리며 "강등당하지 않겠다"고 한 반면 박 단장은 사퇴 요구에 "이 자리에서 결정해 답를 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해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지난 10월 25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FA컵 4강전 조기 퇴근 사건은 다수 축구인과 팬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전을 벌이는데 수원으로 올라가는 KTX편이 급하다며 김 전 대표와 중간에 자리를 떠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자 유포자를 색출한다며 엉뚱한 직원들을 의심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이들의 '퇴근'을 목격한 축구인들이 제보한 것이다.

선수 영입 능력도 물음표다. 최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에서 울산 현대로 이적한 박주호는 이미 여름 이적 시장에 수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박주호 측과 수차례나 적정 연봉 조율을 하며 이적에 맞닿아 있었다. 수원에서 박주호의 거액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밀고 당기기를 통해 합의점을 찾았지만, 최종 결렬됐다. 모기업 제일기획에서도 영입하자며 승인이 난 사안이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영입은 지지부진이었고 이적 시장의 문은 닫혔다.

훈련장에서 영입 불발 소식을 들은 서정원 감독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김민우가 시즌이 끝나면 군입대를 하고 홍철은 내년 말에나 복귀하기 때문에 측면 보강을 갈망했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적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박 단장은 박주호 영입에 반대했다고 한다. 나이와 연봉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여름의 실패는 겨울의 실패로 그대로 이어진다. 오히려 박주호가 서 감독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 감독은 지난 11월 19일 전북 현대와 최종전이 끝난 뒤 내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을 해야 하지만 구단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선수를 놓친 적이 많은 사례를 두고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더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경영진에 대한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본인의 재계약도 2년 보장이 아닌 1년 옵션으로 하는 등 완전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염기훈 등 선수들이 "우리 감독 재계약을 원한다"고 호소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을 정도다.

서 감독의 답답함은 올겨울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득점왕 조나탄은 톈진 테다(중국)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서 감독을 보좌했던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은 "수원만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압축된 말로 현재 상황이 난관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수원은 모기업 제일기획 실험의 장으로 전락했다. 과거에는 이벤트의 효과 측정 정도였고 프런트의 자율성이 보장됐다. 그러나 구단 경영권을 확보한 최근에는 제일기획 출신 인사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이 됐다. 소비재 기업이 아닌 제일기획의 구단 운영은 스포츠단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다. 내년 K리그와 ACL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구단 경영진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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