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7 K리그 클래식은 전북 현대의 대대적인 투자 결실이 재확인됐다. 전북은 사실상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통산 5회(2009, 2011, 2014, 2015, 2017년) 우승을 차지하며 확실한 신흥 명문으로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다.
예년과 비교해 이름값 있는 영입은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K리그로 방향을 돌린 측면 수비수 김진수를 제외하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조직력을 구축해 아시아 정상을 정복했던 지난해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등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팀의 약점은 거의 없었다. 최전방은 국가대표 김신욱도 로테이션 체제로 경쟁했다. 맏형 이동국에 에두 등이 그야말로 피가 말리는 주전 싸움을 했다. 공격 2선도 이재성을 중심으로 이승기, 로페즈, 에델, 한교원 등 개성 넘치는 자원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수비에서는 A대표팀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한 신예 김민재의 성장이 돋보였다. 김민재는 데뷔 시즌에 K리그 대상 베스트11 중앙 수비수 부문의 한 자리를 문제없이 차지했다. 신인상 격인 영플레이어상까지 차지하며 대형 수비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전북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올해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부진의 원인 제공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카우트 A씨의 심판 매수 파문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즌 중에는 재판을 받고 있던 스카우트 A씨가 경기장에서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있었다.
축구팬들은 전북을 향해 '매북(매수 전북)'이라고 조롱했다. 이겨도 '혹시 심판에게 뒷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불신의 시대가 도래했고 전북을 대신해 얼떨결에 ACL에 나섰던 울산 현대는 나쁜 경기력을 보여주며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반대로 전북을 추격하는 팀들의 둔화한 투자에 중국, 일본, 호주의 강력한 압박과 태국, 베트남 등 신흥 축구 투자국들의 성장으로 K리그는 더 고민에 빠졌다. 제도 개선을 꾀한다고 해도 2백만명도 모으지 못한 흥행력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가대표 경기에만 관심을 두는 'FC코리아'와 유럽 빅리그만 좋아하는 해외 축구 팬층 사이에서 낀 리그가 됐다.
그래도 발전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2위로 시즌을 마감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선수 영입 비용을 적절하게 지출했고 구단 역사상 첫 ACL 16강 진출의 성과도 냈다.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폭력 사태로 뒷맛이 좋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제주는 조성환 감독의 확실한 축구 철학에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전북을 위협했다. 시즌 첫 맞대결에서 4-1로 크게 이기는 등 전북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전북이 1강으로 우뚝 섰지만, 제주가 내년에도 올해의 모습만 유지한다면 우승 경쟁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도 시즌 초반 어려움을 딛고 FA컵 우승으로 ACL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종호-오르샤 투톱이 재미를 봤다. 자존심 회복을 목표로 걸고 다양한 선수 영입에 나서는 등 합리적인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어려운 해를 보냈다. 특히 수원은 스포츠 구단 운영을 잘 모르는 경영진의 실수 퍼레이드로 서정원 감독과 선수단만 고통 받았다. 선수 영입 전쟁에서는 완패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외부 유출만 있는 현상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내년도 똑같은 해가 되거나 2015년 하위 스플릿으로 강등 걱정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폭풍 영입을 했던 강원FC는 원하던 ACL에 나가지 못했지만, 상위 스플릿 진입이라는 1차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 동력을 얻었다. 반대로 하위 스플릿으로 빠졌던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7월부터 선수단 개편을 준비했고 최순호 감독의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대형 영입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포항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최 감독의 판단이 돋보인다.
시민구단 중에서는 대구FC가 조광래 대표이사-안드레 감독대행 체제로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유망주들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기용, 재미를 보고 있다는 점은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안드레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첫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관심거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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