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지난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귀여운 바람둥이 진하림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동욱. 영화 '신과함께'에선 묵직한 드라마를 끌고 나가며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신과함께' 수홍 역으로 10년 만에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쓰고 있는 것.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 감독 김용화, 제작 (주)리얼라이즈픽쳐스, (주)덱스터스튜디오) 김동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개봉 전 배우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과 달리 김동욱 인터뷰는 이례적으로 개봉 후 이뤄졌다. '신과함께'가 공개된 뒤 김동욱에 대한 연기 호평과 인기 때문.
영화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동욱은 망자 자홍(차태현 분)의 동생이자 원귀 수홍을 연기한다.
그는 "어느 날 김용화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대본을 보기 전이라 어떤 역할인지 전혀 몰랐다"며 "'카메오로 출연하지 않겠냐'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김동욱은 지난 2009년 영화 '국가대표'에 출연,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김동욱은 대본을 받고 난 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대본 1,2부를 동시에 받았고 예상보다 중요한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 그는 그때서야 "카메오가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동욱은 '신과함께' 속 드라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부담감이 분명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말하는 영화 속 그 장면이 너무 부담됐죠. 대본을 받을 당시도 그랬지만 그 신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더 했어요. 원래 수화를 하며 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수화는 우리나라 언어 어순과 굉장히 다르고 상황적 단어를 묶어 소통한다고 해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힘들더라고요."
극 중 수홍은 청각 장애인 홀어머니(예수정 분)를 모시며 법조인을 꿈꾸던 청년이다. 김동욱은 "촬영 일주일 전부터 긴장했다. 꿈에서 그 장면을 찍고 있을 정도였다"며 "수화와 감정 중 어느 하나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 없었다. 수화만 전달하지 않게, 감정만을 따라가 수화가 망치지 않게 준비했다. 수화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게 여쭤보고 동영상과 연기를 비교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정비하기도 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김동욱이 연기한 원귀 수홍은 상황에 따라 성격이 몇 번 바뀐다. 실제 그는 "캐릭터 톤을 정하는 데 많이 고민됐다"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원귀의 수위를 조절할 때 을 감정에 중점을 많이 뒀어요. 원 일병(도경수 분)에게 느끼는 분노와 어머니의 모습을 봤을 때 느끼는 분노는 달라요. 아무래도 원귀일 때도 이성이 존재하는 상태라서, 가장 절정에 오를 때는 본능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려 했어요. 거기까지 올라가는 단계 조절을 많이 했죠."
수홍의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모습은 소위 신파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장면. 그만큼 배우가 감정 수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김동욱 또한 "그런 신을 연기할 때는 배우로서 조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 감정에 젖어서만 연기하면 안 되고 관객에게 그 감정을 강요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 장면의 목적은 분명하고요. 그래서 부담되고 조심스러워요. 개인적으로 그런 신을 찍을 때는 '내가 아닌 순간이 오게 해달라'라고 계속 바라요. 소위 접신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번엔 좀 더 그랬어요. 사실 그 장면을 촬영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었는지 지금 돌아보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요. 다만 그런 순간에 감독님처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분이 확인해주는 게 필요하고 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원하는 것과 맞아떨어져 오케이된 신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매 순간 접신되길 바라냐는 진담 반 농담 반 같은 질문에 김동욱은 "아니다. 대부분 이성적으로 촬영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액션 신 같은 경우엔 저 혼자 심취해 상대 배우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 이성적으로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접신이 필요한) 장면은 있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신과함께'는 가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부모님도 영화를 봤냐고 묻자 김동욱은 "부모님이 쿨하시다. '잘봤다' '재밌다' '몸 잘 챙겨라' '겸손하게 하고 다녀라'라고만 말하셨다"며 "요즘엔 거의 매일 통화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줬다.
"이 영화 촬영하기 전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가족 생각이 유독 많이 나더라고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 꽤 되다보니 가족 생각을 특히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가족이 내 버팀목이고 디딤돌인데 힘들고 고민하는 이 순간을 버티지 못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같이 고통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자주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게 되더라고요."
'신과함께'를 촬영하고 난 뒤 변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과 평소 메시지로 하트 이미티콘도 주고 받지만 그 전엔 분명 어색함이 있었다"며 "저도, 부모님도 표현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하트 이미콘은 보내도 통화는 굉장히 짧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그게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자꾸 표현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랬더니 부모님도 같이 표현해주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동욱은 김용화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가끔 '은인 같은 분'이라며 감독님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내지만 평소 표현을 잘 못해 죄송하다"며 "감독님의 추진력으로 '국가대표'를 함께 할 수 있었고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계속 좋은 포지션, 좋은 장편 영화들로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분명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렇게 잘 된 작품은 몇 개 없지만, 꾸준히 영화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김용화 감독님을 만나 '국가대표'에 캐스팅됐던 것"이라며 "제 평생 그때가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거듭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편 '신과함께'는 지난 12월20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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