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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손흥민에 대한 토트넘 민심은 뜨겁더라


구단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도 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손세이셔널' 또는 '손날두', '소니(SONNY)' 등의 수식어를 가진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은 현재 한국 축구를 관통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7) 은퇴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감은 상당합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국가대표 시선으로 봐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의 활약이 기대 됩니다. 지난해의 좋은 기운을 올해도 이어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손흥민도 모를 리 없습니다.

월드컵에서는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F조에 묶여 난망이지만 손흥민이 어느 위치에서 뛰더라도 자기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고요.

조이뉴스24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토트넘-사우스햄턴전을 '관전'했습니다. '취재'가 아닌 '관전'인 데는 런던으로 간 휴가 중 토트넘의 경기가 있었고 궁금함도 컸습니다. 이전 런던 취재 당시 분위기와는 얼마나 달라졌나 싶기도 했구요. 개인적으로 여행 중에는 스포츠 관전을 하지 않는데 지난해 5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스파뇰의 카탈루냐 더비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결국, 어렵게 표를 구해서 관전에 성공했습니다. 숙소도 웸블리 스타디움 인근에 잡아서 경기 전후로 여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관전했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느 순간 시선이 관전이 아닌 취재가 되더군요. 기자석을 벗어나 관중석에서 일반 팬들의 시선에서 토트넘과 손흥민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로 전문가가 아닌 팬들과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날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12시30분에 열렸습니다. 성탄절 다음날, 소위 말하는 박싱데이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세 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경기장 인근에는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물론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구단 용품을 파는 용품점에 들어가니 손흥민의 현재 위상을 상징하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유니폼 판매대에 케인, 알리, 에릭센과 함께 나란히 걸려 있더군요. 용품점 직원 마티나 씨는 "소니 유니폼은 케인, 알리 못지않게 잘 팔린다. 현재 팀의 상징이니 걸려 있지 않겠는가. 런던의 토트넘 팬들은 물론 아시아 팬들이 많이 사간다"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모자, 머플러 등 다른 상품을 들고 있는 기자를 향해 "당신은 왜 소니 유니폼을 구매하지 않는가"라고 되묻더군요. "이미 샀다"고 하니 "또 사라"고 상술(?)을 부립니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은 찰리 아만다스 씨는 "손흥민은 역동적이다. 토트넘의 에너지 공급원이다"며 찬사를 보냅니다. 그의 아들도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손흥민의 '손(SON)'이 'SONNY'로 새겼더군요. 소니처럼 '속도감 있는 남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입혔다고 합니다.

5만명이 넘는 관중이 외치는 함성은 대단했습니다.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여기저기서 이름을 외칩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손흥민 특유의 측면 드리블, 그러니까 돌파를 할 것 같으면서도 볼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발재간이 나오면 "소니, 돌파해. 돌파하라고"라는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손흥민의 거친 드리블은 토트넘 팬들의 마약이 된 느낌입니다.

이날 결과는 5-2 승리였습니다. 손흥민이 1골 2도움을 했지만 2017년 유럽 최다골이나 프리미어리그 역대 한해 최다골,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해낸 케인의 맹활약에 조용히 묻혀버렸습니다. 다음날 나온 신문이나 경기 후 TV 스포츠 프로그램에도 죄다 케인 소식입니다. 손흥민에 대해서는 "케인의 두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은 메시나 호날두 옆에서 뛰는 것과 같다"며 안타까워했나 봅니다.

그래도 손흥민이 후반 31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나자 기립 박수가 나옵니다. 참 묘한 감정이 생기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기자석에서 취재하고 있는 타사 기자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일복 터졌겠다"고 하니 "바쁘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일일이 관계자와 인사를 하고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턴)와 나란히 선수대기실로 향하는 동안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더군요.

경기 후 다시 용품점으로 가니 이미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족히 70m 이상이었습니다. 겨우 다시 들어가니 손흥민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려가고 있더군요. 유니폼을 고르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행객 윤경민 씨는 "딱 10년 전에 맨체스터 여행에서 박지성 유니폼이 용품점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바로 구매했다. 지금이 그다음으로 기분 좋은 장면이다. 그래서 유니폼을 사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 골대 뒤에서 봐서 골 장면이 더 멋있게 보이더라"고 말하더군요.

런던 시내에서 한인 민박집을 운영하는 정하성 씨도 "예전에는 여행을 온 분들이 맨체스터로 많이 올라가고는 했는데 지금은 토트넘 경기 입장권을 문의하기도 한다. 그만큼 손흥민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즐겁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현재는 그나마 9만석 가까운 웸블리라 3층 관중석 입장권이라고 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건축 중인 화이트 하트 레인으로 돌아가면 6만석으로 줄어드니 나중에는 구매 전쟁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손흥민은 토트넘의 아이콘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구단 안내 프로그램에도 어김없이 얼굴이 등장하고 시내 주요 튜브(지하철) 경기 안내 포스터에도 캐인, 위고 요리스 골키퍼와 나란히 모습이 나옵니다. 이대로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날 관전한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더군요.

사우스햄턴전이 끝난 뒤 운 좋게 손흥민을 잠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손흥민에게 "골도 넣어주고 경기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하니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랜 해외 생활에 도전 그 자체가 피곤할 텐데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대표팀에서 봤던 손흥민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묻어 있었는데 토트넘과 런던에서는 환해 보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겁니다.

며칠 뒤인 30일,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스토크시티전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첼시 팬들이야 뭐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알아서 선수를 영입해주니 큰 걱정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부족한 모양입니다. 사미라는 팬은 "첼시에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니더라도 네이마르나 루이스 수아레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정도는 왔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손흥민이나 케인은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씩 웃더니 "일단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침묵해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북런던팀이지 않은가"라고 하더군요. 연고지 런던팀의 선수가 잘하는 것이 셈난다는 반응이겠죠. 손흥민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흥민이 케인이나 알리 등 동료들이 골을 넣으면 꼭 옆에 붙어 있기를요. 그래야 훗날 팬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한국에서 온 손흥민", "실력 좋은 한국 선수", 뭐 이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매번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니 하오, 곤니찌와"는 물음과 인사에 "한국인이다"고 말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지 않을까 싶어서죠. 기록은 영원하니 말입니다. 어쨌든 런던과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위상은 생각 이상인 것 같습니다.

손흥민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큰 탈 없이 계속 자기만의 도전과 걸음을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조이뉴스24 런던(영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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