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오랜만에 친근한 인물을 그려냈다. 그간 사극, 누아르,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물을 비롯해 장르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로 관객을 만났던 이병헌이 이렇게나 이웃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약 20년 만이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JK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이병헌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이병헌은 진태와 한 집에 살게 되는 인물 조하로 분했다.
극 중 조하는 뚜렷한 직업 없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전직 복서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돈벌이를 하고, 운이 좋으면 스파링 파트너 자리를 구해 링 위에 서기도 한다. 과거 가족의 연으로 이어졌던 인숙(윤여정 분)과 우연히 마주친 조하는 이후 그의 집에 함께 살며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동생 진태(박정민 분)를 돌보게 된다.
매사에 불만도 많고 어딘지 철도 덜 든 것 같은 조하는 어린 시절부터 버려지다시피 해 혼자 살아야 했던 인물이다. 외로움을 일찍 체득한 조하에게 뒤늦게 다시 만난 가족 인숙과 진태는 점차 특별한 의미가 된다. 여러 모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조하는 1999년 방영된 드라마 SBS '해피투게더'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인물 서태풍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하와 태풍 모두 일상에 깊이 발을 딛고 사는, 우리의 이웃이자 형제 같은 인물들이다.
이병헌은 최근 선보인 작품들에서와 달리 현실적이고도 친근한 캐릭터를 선보이게 된 배경을 알렸다. 그는 "일상적 인물을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며 "'남한산성' 이후 만약 각 잡힌, 무게 있는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울렸다면 또 아마 그런 연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떤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시나리오 전체의 정서와 이야기가 마음에 들면 출연을 결정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내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걱정은 그 다음"이라며 "이야기가 주는 힘과 정서가 나를 움직이면 캐릭터를 만드는 건 내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워낙 세고 강렬하고 사이즈 있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계속 연기해왔는데 완전히 풀어지고 이렇게 힘 빠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도 받는다"고도 말했다.
"이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본인이나 주변에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이야기"라고 답을 이어간 이병헌은 "그래서 훨씬 더, 상상에 맡기지 않고 내가 느껴본 감정을 무기로 연기할 수 있었다"며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는 실제로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을 재밌어한다"고 알렸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지난 3일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병헌은 영화의 완성본을 처음 본 소감을 묻자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만 신경써 연기하니 전체를 보게 되는 건 완성본에서 가능하다"며 "전체가 과연 어떻게 조화롭게 나왔는지 궁금증과 걱정이 있었는데 굉장히 깔끔하게 완성됐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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