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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나란히…데얀·니퍼트의 '수원 와신상담'


서울 구단서 한날 수원 팀으로…KBO·K리그 요동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4일은 KBO리그와 K리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이적 시장이 요동친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포문을 연 것은 KBO리그의 장수 외국인선수 더스틴 니퍼트였다. 그는 4일 오전 kt 위즈와 총액 100만달러에 계약 합의했다.

그야말로 깜짝 이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니퍼트가 김진욱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구직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kt는 다른 외국인리스트에 있는 선수들과 협상을 하고 있었다. 니퍼트와 협상 테이블을 꾸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몇몇 야구관계자들은 'kt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급의 선수를 데리고 올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헥터가 KBO리그 첫 해에 받은 연봉 수준을 지불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승부처였던 kt도 올해가 투자엔 적기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않았다. 결국 이 리스트에 있던 선수들과 협상이 결렬됐다. 대부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잔류와 일본 프로야구(NPB) 진출을 선택하며 kt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서 니퍼트가 등장했다. 지난해 kt에서 뛴 돈 로치보다 나은 투수 중 한국 무대에서 경험이 풍부한 투수는 니퍼트 말곤 없었다. 이적이 급물살을 탔고 결국 4일 kt 이적이 확정됐다.

니퍼트의 이적이 놀라운 이유는 그가 두산의 전설적인 외국선수이기 때문. 지난 2011년 두산에서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185경기(1천115.2이닝)에 등판,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에 탈삼진 917개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에는 다승·승률·평균자책점 3관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와 KBO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모두 두산에서 얻은 영예들이다.

하지만 두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던 그는 이제 kt 유니폼을 입고 옛 친정팀과 마주하게 됐다. 팀에서 7시즌을 뛴 장수외국인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최초의 사례까지 동시에 낳았다.

◆'금단의 이적' 서울의 레전드 데얀이 '최대 라이벌' 수원으로

오전의 화제가 KBO리그였다면 오후에는 K리그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스토리가 쓰여졌다. 데얀이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공식 영입 발표가 있었다.

K리그가 요동쳤다. 데얀의 전 소속팀인 FC서울은 수원 삼성과 K리그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 두 팀은 '슈퍼매치'라는 특별한 더비 매치까지 만들어내며 K리그의 명문 라이벌 구도를 확실히 책임져온 구단이었다.

특히 이 구단 간의 이적은 흡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사이의 이적과 비견되기도 한다. '금단의 이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대단하다.

이 두 구단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무려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다. 1999년 서정원(현 수원 감독)이 프랑스 리그1 스트라스부르에서 한국으로 복귀할 때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두 팀의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국내로 복귀시 원 소속팀인 LG로 가야한다는 합의를 깬 것이다.

팬들의 반발은 물론 팀들의 갈등도 컸다. 법정 판결까지 간 끝에 3억원을 서정원이 LG에 지불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것이 두 팀의 경쟁을 부추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안양 LG가 연고지 이전을 통해 FC서울이라는 팀으로 새로 태어났지만 이후에도 두 팀간의 이적은 일종의 금기였다. 지난 시즌 수원 소속이던 이상호가 서울 유니폼을 입어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데얀의 이적 소식은 이상호보다 충격파가 더하다. 그도 그럴것이 데얀은 슈퍼매치 최다골(7골) 기록을 보유한 서울의 상징적인 선수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수원을 괴롭혔던 선수다. 사실 지난해 연말에도 데얀이 수원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설'에 불과했던 이야기는 이날 현실이 됐다.

수원으로선 만족감이 두 배다. 지난 시즌 22골을 넣은 에이스 조나탄이 중국 슈퍼리그 텐진 테다로 떠났다. 이 공백을 데얀이라는 슈퍼스타로 메웠다. 동시에 최대 라이벌의 최고 스타 선수를 데리고 오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데도 성공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서울에서 수원으로…무대 옮긴 두 레전드, 드라마 쓸까

축구와 야구. 리그는 다르지만 두 팀 모두 내년 시즌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닮았다. kt는 3시즌 연속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했고 수원도 K리그 우승을 위해 이적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투자의 중심에 니퍼트와 데얀이 섰다.

공교롭게도 니퍼트와 데얀 모두 수도인 서울 연고지 팀을 떠나 수원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 갔다. 모두 서울에서 역사를 쌓았지만 이적하는 과정에서 뒷맛이 개운치 못했다는 점 또한 무척 닮았다. 이들이 수원에서 간 칼로 서울에 있는 자신들의 친정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까. 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이들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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