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이해창(kt 위즈)에게 2017시즌은 성장의 한해였다.
그는 2017시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모두 해봤다. 114경기에 출전해 254타수 69안타 11홈런 44타점. 시즌 타율 2할7푼2리에 장타율은 4할4푼5리를 기록했는데 모두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 2010년 드래프트 7라운드 50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된 그는 2014년까지 1군에서 거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4년엔 퓨쳐스리그에서 3할대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시즌 말미인 10월에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선수생명의 위기였지만 kt에 입단하면서 가까스로 현역생활을 이어나갈 기회를 잡았다. 2015년 kt가 KBO리그에 막 참가한 시즌에는 5경기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16년엔 88경기에 나서 47안타 6홈런을 때려내며 거포형 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7시즌 자신의 모든 기록들을 새로 쓰면서 그간의 설움을 완전히 날렸다.
물론 아직 kt의 안방마님이라는 타이틀은 그의 것이 아니다. 팀 내 또다른 포수인 장성우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안방마님의 여유를 즐길 틈도 아직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조차도 그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팀과 고락을 함께 한 kt 맨답게 주위 상황을 먼저 생각할 여유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조이뉴스24'는 이해창과 만나 2017년 그리고 다가오는 2018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해창과 일문일답
-오프시즌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우선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벌크업을 한다기보단 지금 무게를 가져간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프로그램도 잘 준비해주셔서 맞춰서 잘 하고 있다.(음식도 신경쓰일 것 같은데?) 아직은 맛있는 걸 많이 먹는다. 하지만 와이프가 아침마다 잘 준비를 해준다. 지금은 살을 좀 찌워놔야 스프링캠프 때 사이클이 맞더라. 지금 100㎏이 조금 넘는데 괜찮다. 이 코치가 준 차트를 체크하면서 선수들끼리 같이 운동하고 있다."
-지난해의 이해창을 돌아본다면
"전에는 살아남기 바빴다. 내가 먼저 살아야, 잘리지 않아야 다른 데도 신경쓸 수 있으니까. 2017시즌도 사실 그랬지만 후반기부터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물론 전에도 누가 물어보면 '팀을 먼저 생각한다' 했지만 속으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거짓말이었다(웃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팀이 올라가는지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팀 플레이어로서 성장했다고 봐도 될까. 여유가 생긴 것 같은데.
"맞다. 하지만 혹시나 그런 생각으로 내가 나태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한번씩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나태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이 곳이 익숙해졌다는 것이 너무 좋다. 전에는 라커룸에 가거나 형들과 있으면 불편했다. 내 모습이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수원이 편해졌다는 건가) 맞다. 조심스럽지만 이젠 편해진 것 같다. 그래도 절대 당연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심리적인 여유도 그렇지만 지난 시즌에 타격 기술 면에서도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전엔 방망이로나 손으로만 치려고 했다면 지금은 몸통이나 회전을 이용해서 힘을 실어서 타구를 띄우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있다. (감독님도 타구를 멀리 보내는 것에 대해 강조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부분도 그렇긴 하지만 나 스스로의 콘셉트가 그런 것 같다"
-이해창의 컨셉트가 뭘까.
"사실 내가 베이스에 있다고 해도 투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그런 존재는 아니지 않나(웃음) 장타나 한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압박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안됐지만 감독님이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여유가 없었다면 그런 시도 자체를 못했을 거다. 감독님이 날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해봐. 걱정마'라고 해주셨다. 그러시면서 '네가 컨택트를 신경 쓰고 한다고 해서 2할이면, 장타를 친다고 해서 1할 5푼이 되겠느냐'면서 '장타 치려고 한다고 타율이 내려갈 거 같진 않다'고 장난식으로 하셨다.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본인 스스로 어떻게 소화했는지 궁금하다.
"이전까지는 쳐야된다는 부담이 강했다. 바꿔말하면 냉정하게 싸울 준비가 안됐던 거다. 조금씩 적응되다보니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생각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것도 운이라면 운 아닌가. 내가 1㎜의 차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잘 맞은 공도 잡힐 수 있고. 우선은 내가 할 것을 하고 하늘에 맡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다 못해 삼진 먹는 것보다는 띄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
-그래서인지 홈런이 크게 늘었다. 두 배 가까이 되는데.
"자세에 대해 코치님들과 이야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도 했다. 또 전력 파트 형들도 매 타석에 스마트폰으로 내 폼을 찍어서 보내주더라. 전력 분석 외로 그렇게 해주니까 경기가 끝나자마자 또 분석을 할 수 있으니까 뭐가 문제인지 알겠더라. 디테일한 문제지만 전체적으론 공을 띄우자는 생각을 하면서 좋아졌던 것 같다."
-말을 쭉 들어보면 김진욱 감독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맞다. 그리고 타격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김광림 코치님도 그렇고 1군에 있었던 채종범 코치는 3군부터 쭉 같이 있었다. 코치님 올라오실 때 나도 같이 올라왔다. 내 장단점을 모두 알고 계셔서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마무리캠프 가서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도움이 정말 많이 된다. 이숭용 코치님도 넥센에 있을 때부터 함께했다.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도루저지율도 그렇고 수비적인 부분에선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도루 저지는 사실 욕심이 과했다. 도루 저지가 강점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힘이 들어갔다. 더 빨리, 더 세게 던져서 주자를 잡으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밸런스가 깨지고, 시간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마음만 급하니까 당연히 결과가 좋지 않았다. 좀 더 차분하게 했어야 했는데…(그러면서도 실책은 줄었다) 그건 당연히 줄였어야 하는 거였다. 줄이지 못했으면 여기 있으면 안된다(웃음) 그래도 투수 리드 부분에선 아쉬움이 많다. 장단점, 성향을 파악해서 맞춰서 해야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래도 올해 느낀 점들이 많은 것 같다. 내년 시즌엔 긍정적인 요소로 돌아오지 않을까.
"맞다. 야구장에서 좀 침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엔 그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수는 침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는 선수를 보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늘 여유가 있고 침착하다. 강민호(삼성) 형도 그렇고 (양)의지(두산)도 그렇다. 그런 모습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보여야 팀 전체가 안정감이 있어 보이더라. 나도 그런 모습으로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8시즌 이야기를 좀 해보자. 보강이 무척 잘됐다. 팀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은데.
"기대라기보단 우리가 해야하는 것이다. 절대 꼴찌는 하지 않을 거다. 준비도 잘 하고 있고 선수들도 모두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2년동안 꼴찌를 하면서 자극도 됐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 마지막 경기가 가장 그랬다. 정말 우승을 만들어주기 싫었다. 막상 결정이 되고 보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우린 저걸 못할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가 서로 말은 안했지만 그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말 이젠 못하면 안된다. 정말 안된다.(예상 순위가 있나.) "사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꼴찌를 안할 수 있는지 몰랐다. 물론 보강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는 건 고무적이다. 투수들도 관리하는 요령이 생겼을 거다. 작년처럼 추락할때 한없이 추락하는 팀이 되진 않을 거다. 플러스 요인이 많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해창의 2018시즌은 어떻게 흘러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수비에선 포수다운 모습을 더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수를 안방마님이라 부르는데 진짜 '안방마님'처럼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싶다. 실력이 있어야 사람을 끌어모으고 나 스스로에게 힘이 생기지 않나. 투수들이 날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커뮤니케이션도 잘될 거라고 본다. 여기에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도 생겼으면 좋겠다."
-타석에선 어떨까. 어느정도 실마리는 얻은 것 같다.
"확실히 길은 얻었다. 작년만 해도 나만의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내가 어떤 타자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 타격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팀 투수들이 봤을때 '쉬어가는 타자'가 되고 싶진 않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약간의 압박이라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면 팀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조이뉴스24 수원=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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