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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육성 통로 넓히는 울산, 유럽에 눈 떴다


해외 대회 참가 한 번으로 임대 성과 내는 등 기대감 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전통 명문 울산 현대의 선수 육성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프로에 빨리 올리고 해외 임대 이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육성과 수익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울산은 지난 17일 현대고를 졸업하고 우선지명으로 프로에 진출한 김현우(19), 김규형(19)을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 임대 이적시켰다. 18일에는 오인표(21)를 오스트리아 라스크(LASK) 린츠, 홍현석(19)을 독일 3부리그 Spvgg 운터하잉으로 임대 보낸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임대는 아니다. 좋은 선수 육성이 필요한 울산과 해외 경험을 원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임대'라는 합의점으로 연결됐다. 울산은 K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유스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꾸준히 성인팀으로 올라오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선수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유스 육성 비용은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돈이라 다수 구단은 회의감에 빠져 있기도 하다.

프로 산하 유스 선수들이 프로에 오기까지는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 진출, 우선 지명을 통해 대학 진학 등이다. 울산의 경우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가 현대고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에 온 경우다. 우선 지명 후에는 울산의 유스 최상위 단계인 울산대에서 2~4년을 뛰다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어려도 프로에서 통한다면 빨리 올려 계약을 하고 싶지만, 이전까지 프로 계약 가능 연령 18세에 묶여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17세로 낮추면서 여유가 생겼다. 무분별한 해외 유출에 대한 걱정을 덜고 유스시스템을 운영하게 됐다.

무엇보다 유스 선수들이 해외 대회에서 자신감과 성과를 얻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8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디나모 자그레브, HNK 리예카 (이상 크로아티아),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비엔나(오스트리아), 페렌츠바로시(헝가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가 참가한 대회다.

울산은 페예노르트에 2-0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3-1로 이기며 조기에 1위를 확정한 뒤 리예카에는 부상자 발생으로 골키퍼를 풀백으로 내세우는 고육지책을 세워 1-2로 졌다. 그래도 결승전에서 자그레브를 4-0으로 완파했다. 16명이 출전해 1명이 부상 당하고 나흘 동안 4경기를 치르고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 놀라운 성과다. 김광국 단장도 이 대회를 계기로 유스 육성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넓히게 됐다.

물론 차가운 시선도 있다. 유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당 대회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는 후베닐A(19세 이하)에서도 비주전급 선수들로 구성해 나섰다. 유럽에는 워낙 대회가 많고 중동에서도 레알, FC바르셀로나 등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대회를 만든다"며 질적인 측면에서 울산이 좋아해도 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울산은 선수들이 유럽 대회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것을 소득으로 꼽았다. 또, 한국 유스 선수를 쉽게 보기 어려운 유럽 대회에서 일종의 '쇼케이스'를 통해 매력이 있다는 것도 어필했다. 대회 종료 후 몇몇 유럽 스카우트는 내한해 전국체전을 찾아 현대고의 경기를 관전했고 이 과정에서 김현우, 김규형의 자그레브, 오인표의 린츠 임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만약 완전 이적이 성사된다면 울산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효과를 누리며 육성 선수들에 대한 자신감을 더 느끼게 된다. 자그레브와는 상호 교류 협의를 통해 배움의 장을 더 넓혔다.

선수들의 조기 프로 진출이 이뤄지면서 국내 대학(U) 리그의 질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도 울산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좋은 선수가 대학에서 기량이 떨어져 프로까지 살아오지 못하거나 설령 오더라도 성장 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계속 지켜봤다. 더는 사장되는 선수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시선을 넓힌 셈이다.

현재 울산 성인팀은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1일에는 리스본으로 올라가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차베스전을 관전한다. 훈련을 훈련대로 하면서 포르투갈 무대에도 유망주를 진출시킬 수 있는지도 시선을 넓히고 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는 유망주 배출의 산실이다. 유럽의 다양한 리그에 선수 경험을 쌓는 통로 구축만 된다면 개척하겠다는 것이 울산의 생각이다. 포르투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포르투갈 중, 상위권 구단들은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이 있는 편이다. 시야를 넓힌다면 도전도 가능하다. 울산의 연습 경기에도 몇몇 스카우트가 관전했다"고 전했다.

김현희 울산 사무국장은 "해외로 임대를 떠난 선수들은 빅리그의 경우 구단이 직접 경기 영상을 확인하며 사후 관리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 다양한 관계자들을 통해 지속해서 경기력을 확인하려고 한다. 조금씩 유럽 등 해외 진출 사례를 만들어서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데 애를 쓰겠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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