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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마더'★★★★


아동학대 아이 유괴…이색적 스토리·제도 비판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아동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엄마가 되는 이야기. '마더'는 소재 자체만으로 이색적인 드라마다. 작품은 여기에 사회적 문제, 아동학대까지 껴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첫 선을 보인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는 엄마 자영(고성희 분)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아이, 혜나(허율 분)와 차가운 선생님 수진(이보영 분)이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마더'는 '모성애'가 작품의 큰 줄기다. 그간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모성애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마더'는 자신이 낳은 딸 혜나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학대하는 자영을 통해 엄마의 사랑이 항상 헌신적이고 변함없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동시에 드라마는 모성애가 혈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화에서는 서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수진과 혜나의 모습이 펼쳐졌다. "죽으면 편지를 읽지 못해요"라며 초등학생 아이답지 않게 무미건조한 말을 내뱉는 혜나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수진. 추운 겨울 밤, 검은 비닐 봉지 안에 담긴 채 엄마에게 버려진 혜나를 발견한 수진은 어릴 적 자신이 겪은 학대의 상처를 떠올린다.

새에게 하늘나라에 데려가달라며 죽음을 생각하는 혜나는 "왜 아이는 엄마가 없이 살 수 없어요"라며 그동안 꾹꾹 눌러온 울음을 수진 앞에서 토해낸다. 수진은 "살 수 있어" "이젠 너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이라고 위로하며 혜나를 껴안는다. 혜나에게서 과거 자신의 상처를 맞닥뜨린 수진은 혜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결국 혜나를 '유괴'한다.

'마더'의 연출과 대사는 섬세하다. 드라마는 한 컷에 여러 명을 담기보다 인물 한 명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캐릭터의 감정 표현에 집중한다. 극을 이끄는 수진 역 이보영과 혜나 역 허율은 극적인 표현보다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감정을 설명한다. 이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여러 번 곱씹을 만큼 묵직하다. 또한 혜나를 학대하는 자영의 동거남 손석구(설악 역)는 태연하고 서늘한 모습으로 극의 어두운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마더'는 우리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문제의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다. 지난 1, 2화에서는 현행법상 강력한 친권 때문에 혜나를 구하려는 몇몇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혜나가 실종된 후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 계속 생각했다" "아이가 시설로 보내졌다 해도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형사들의 대사는 드라마가 현행법의 실효성을 날카롭게 꼬집는 대목이다.

'마더'는 지난 2010년 방영,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 등 작품성과 화제성이 검증된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그만큼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 리메이크된 '마더'는 원작보다 긴장과 스릴감이 더 크다. 본격적으로 함께 여정을 시작한 수진과 혜나가 낯선 사람에게 사기당하고 심지어 장기 밀매까지 당할 위험에 처한 모습이 대표적 예다.

원작 아역 레나(야시다 마나 분)와 비교, '마더' 혜나는 더 차분하다. 무표정으로 감정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 혜나가 간혹 짓는 웃음은 레나보다 더 깊고 처연하게 다가온다. 반면 수진은 느끼는 감정을 원작 스즈하라 나오(마츠유키 야스코 분)보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혜나는 레나보다 더 건조하고 수진은 나오보다 덜 메마르게 그려져, '마더'는 원작에서 보여준 캐릭터 합의 무게감을 그대로 살렸다.

'마더'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공항가는 길' 김철규 PD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 '비밀은 없다' '아가씨' 극본을 맡은 정서경 작가가 힘을 합친 작품. 지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들은 "일본 드라마는 특별한 색깔이 있다. 좋게 말하면 담백, 심플하다"며 "원작의 기본 틀은 거의 가져가되 여기에 우리나라 정서를 어떻게 더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지난 1,2화에서는 혜나의 아픔이 주로 그려졌다면 이제 수진의 과거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마더'는 아동학대의 사각지대를 드라마라는 장르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마더'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동시에 원작과 또 다른, 명품 드라마로써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한편 '마더'는 16부작으로 매주 수·목 밤 9시30분 방송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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