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핵심 개최 도시인 평창과 강릉 도심에는 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강릉의 경우 고층 아파트인 선수촌 인근 번화가인 교동 택지지구에 각국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더군요. 캐나다부터 미국, 노르웨이 등 동계 스포츠 강국 선수들은 지루함을 잊으려 인형 뽑기방, 호프집 등에서 올림픽을 앞둔 마음을 부여잡고 있더군요.
심야에도 선수촌은 환합니다.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선수들이 숙소에서 편히 쉬거나 주변 산책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선수촌 외곽을 경비하는 한 경찰에 따르면 "혹시라도 유명 선수가 있나 싶어 인터넷 검색 등을 하며 얼굴을 익히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컴컴한 곳이 보입니다. 북한(이하 북측) 선수단 숙소입니다. 북측은 이번 대회 선수단을 평창, 강릉 선수촌에 분산하지 않고 모두 강릉에 모아 거주하고 있습니다. 보안 유지가 중요하니 내린 결정이겠죠. 이미 도착부터 실시간 이동으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환한 다른 선수단 거주 동과 달리 인공기만 보일 뿐 빛은 없습니다. 행여나 훈련이 있나 확인해봤지만, 대부분이 끝난 시간이더군요. 전력 공급 차이로 한반도의 남쪽은 환하고 북쪽은 어둠에 갇힌 위성 사진이 생각 났습니다.
북측 선수단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단일팀으로 호흡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는 심리적인 벽이 많이 무너진 모습입니다. 선수들끼리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친분이 쌓인 것으로 보입니다. 훈련마다 서로 부딪히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새라 머리 감독이 선수 대기실을 남측 선수 2명에 북측 1명으로 혼성해 구성한 것도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주장 박종아는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으니 풀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단일팀의 극적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9일 개회식에 전원 참석해 "선수들이 단일팀을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머리 감독의 말을 증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북측 선수단의 행보가 워낙 관심을 끌고 있다 보니 선수단 훈련 시간이 엇갈려 취재진이 훈련을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북한이 와야 하는 시간이 없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죠.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규은은 북측 렴대옥에게 6일 저녁에서야 선물을 전했다고 합니다. 화장품 등 피겨 선수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달했다는 김규은은 "선물을 받으니 좋아하더라"며 국제 대회에서 쌓은 우정을 이번 올림픽에서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정치적인 문제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직접 만나서 경쟁하며 겨루고 있다 보니 나름대로 정이 쌓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정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어른들에게 더 어른스러운 자세를 보이니 말이죠. 오래 전부터 청백적 무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두고 인공기와 비슷하다느니 하는 과한 해석이 나오는 그 자체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자원봉사자들도 각자의 생각은 가감 없이 표현하더군요. 한국 선수단 입촌식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A씨는 "선수촌 내에서 북측 선수들을 봤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공유된다. 인사하면 손을 흔드는 등 반응이 좋더라. 운동선수라 그런지 일상생활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싶더라"고 하더군요.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선수단 식당 근처에서 선수들을 봤다는 B씨는 "밝은 북측 선수단 옆에는 항상 굳은 표정으로 다니는 임원 같은 사람들이 있더라. 선수촌은 다른 선수단과 교류하는 곳이지 않나. 감시를 받는 느낌도 들더라.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선수촌 밖의 공간에는 북측 예술단이 묵호의 만경봉호와 강릉 아트센터를 오가고 있고 응원단도 방남 했습니다. 북측 선수단을 바라보는 마음은 여전히 복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회가 시작되면 또 다른 시선이 생길 겁니다. 판단은 개인의 자유겠죠.
그래서 캐나다 국적의 타인이면서도 단일팀을 이끄는 머리 감독의 표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구성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었겠지만, 현재 우리는 하나의 팀이다. 경기장 내에서는 하키에 집중한다. 링크장 밖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선을 긋더군요. 색안경을 벗고 스포츠 그 자체로 순수하게 봐달라는 말, 한 번쯤은 새겨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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