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후회 없는 질주였다. 노선영(29, 부산콜핑)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를 기록하며 14위를 차지했다.
성적과 상관없이 노선영에게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날아간 출전권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구처럼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로 다가왔다.
노선영은 지난달 24일 강릉 오벌을 벗어나 서울로 돌아왔다. 눈물을 쏟으며 빙상연맹을 저주했다. 잘못된 빙상연맹의 규정 해석으로 땀흘려 성적을 낸 노선영만 희생양이 됐다.
시계를 되돌려 지난해 10월, 노선영은 대표선발전에서 에이스로 불리던 김보름(25)을 밀어내고 예상 밖의 우승을 차지했다. 노선영은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2016년 4월 어깨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 때문이다.
노선영은 동생에 대한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이 때문에 노선영은 "평창에서는 꼭 메달을 따고 싶다. 주목 받는 선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빙상연맹도 팀 추월 선수들의 경우 개별 종목 출전권 없이 기준기록만 충족해도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여자 1500m 예비 2번이었던 노선영도 올림픽 출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팀 추월에 출전하려면 개별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고 빙상연맹에 전달했다. 출전권이 날아간 노선영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그는 빙상연맹의 행정을 질타하며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전했다. 당장 팀 추월의 새로운 주자를 구해야 하는 숙제까지 떨어져 빙상연맹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운명처럼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 나탈리아 보로니나 중 보로니나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최종적으로 출전 자격을 얻으면서 노선에게 기회가 왔다.
노선영은 태릉선수촌으로 복귀해 마음을 다잡았다. 흐트러진 분위기 수습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지만 "동생을 위해 뛰어보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노선영은 "많은 분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기다렸던 올림픽 출전권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객관적으로 노선영은 메달권과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1500m, 3000m에서 각각 30위와 19위, 2014년 소치 올림픽 3000m는 25위였다.
그래도 참가 자체가 큰 의미였다. 마지막 올림픽이라 선언하고 나선 대회라 개인적인 의미도 있었다.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이 나서지 않으면서 노선영은 정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선수'였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시간에 노선영의 이름이 호명되자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5조에 배치된 노선영의 등장에 경기장은 박수가 물결쳤다. 그간의 과정이 너무나 많이 알려졌기에 박수의 의미가 남달랐다. 마음을 다잡은 노선영은 아웃코스로 주행했다. 다른 경쟁자를 볼 필요가 없었다. 결승선에 통과하자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노선영에게는 이제 팀 추월이 남았다. 메달 가능성을 두고 하는 경기다.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노선영이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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