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오늘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간다."
빙판에서 몸을 풀던 렴대옥(19)-김주식(26)을 향해 장내 아나운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렴대옥(19)-김주식(26) 선수입니다"라고 소개하자 관중석에 자리 잡고 있던 북한 응원단은 물론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팬들까지 모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북한 스타의 등장에 대한 반응이었다.
북한 피겨스케이팅의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는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69.40점(기술 점수(TES) 38.79점, 예술 점수(PCS) 30.61점)을 받으며 상위 16개 조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확정했다. 시즌 최고점도 갈아 치웠다.
어떤 실력일까 궁금했던 팬들의 시선은 모두 빙판의 렴대옥-김주식 조에게 집중됐다. 관중석 곳곳에는 렴대옥-김주식의 이름이 새겨진 도화지를 든 관중이 보였다. 인공기도 처음 등장했다. 북한 응원단도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들고 응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남북 단일팀이라 한반도기만 들었지만, 렴대옥-김주식이 북한을 대표해 나섰기 때문에 인공기의 등장은 이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들은 은박이 박힌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섰다. 배경음악인 비틀스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연기를 펼치는 렴대옥-김주식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다. 혹시라도 북한 가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첫 과제로 김주식이 렴대옥을 들어 던지며 받는 동작인 트리플 트위스트 리프트에서는 관중의 탄성이 나왔다. 트리플 루프도 무난하게 성공했고 드로우 트리플 루프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연기인 데스 스파이럴이 끝나자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렴대옥-김주식은 포옹하며 만족스럽다는 자세를 취했다. 기자석의 외신 기자들도 생각 이상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는 등 놀란 눈치였다. 경기장 분위기를 실력으로 장악한 셈이다.
키스앤크라이존으로 향하는 렴대옥-김주식을 향해 인형이 쏟아졌다. 북한 응원단이 아닌 북한 인공기를 들고 응원하던 일반 관중이 이들에게 다가가 인형과 꽃을 던져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인공기를 흔든 이들이 어떤 신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국인 인공기를 흔들 경우 국가보안법에 수사를 받을 수 있다.
경기 후 렴대옥-김주식은 올림픽 주관 방송사 OBS를 통해 "여기 와서 불편 없이 있었다. 이렇게 경기까지 하고 보니 우리 민족의 뭉친 힘이 얼마나 강한지 수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핏줄을 나눈 한 동포라는 것이다"며 남한 관중의 응원에 감사함을 전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며 "알려달라"고 국내 취재진에게 부탁했다. '민족', 핏줄', '동포' 등의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해가 된다는 표정의 취재진 등 다양했다.
이들의 연기가 끝난 뒤 북한 응원단도 경기장을 떠났다. 이들은 단일팀-일본의 경기가 예정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띤 응원전을 벌인다. 렴대옥-김주식의 연기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침묵했다. 다만,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응원단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북한 관계자는 렴대옥-김주식이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어떨 것 같으냐는 조이뉴스24의 질문에 "오늘보다 더 높이, 높은 곳으로 간다"며 메달권 진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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