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이미 전설 아닌가요"…활짝 웃은 이상화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저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어요. 이미 남았죠 뭐."

은메달을 땄지만 이상화의 말투,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미 한국인 스프린터로서 전설적 경력을 쌓은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상화는 19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안에 있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금메달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전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부문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 이어 37초33을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 밴쿠버 대회부터 2014 소치 대회까지 이 종목에서 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빙속 올림픽 3연패라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됐지만 고다이라가 조금 더 빨랐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적으로 고조된 모습이었다. 스스로도 "경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 상황을 돌이켜 보면 지금도 울컥하다. 똑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눈믈의 의미에 대해서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없어져서"라고 대답했다.

올림픽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소치에서 금메달을 딴 후에 '4년 뒤에도 금메달 따실 거죠'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나는 '할 수 있을까요'라고 답했다. 소치 때는 몸상태가 워낙 좋았다. 스케이트 타는 게 너무 쉬웠다"면서도 "부상으로 감을 잃었다. 감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그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컨디션을 올린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빙속 여제'의 자신감이 곳곳에 묻어났다. 전날 올림픽 기록이 깨졌지만 그는 "올림픽 신기록은 깨질 거라고 생각했다. 소치보다 강릉의 빙질이 좋다. 그래서 놀랍진 않았다"면서 "세계 신기록도 언젠가는 깨질 거다. 내가 그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뿌듯해했다.

은퇴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일단 능력이 있으면 올림픽까진 아니더라도 1~2년 더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먼 미래를 먼저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생각없이 나중에 결정지을 문제일 거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선 "아직 확답할 순 없다. 어제(18일) 경기가 끝났다. 쉬고 내려놓고 싶다. 나중에 다시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스스로 100점 만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스케이터로서 100점이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 후 좋아지는 걸 보면서 내가 건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아닌 올림픽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면서 만족했다. 그래서 100점"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에 대한 발언에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성적의 압박을 받았던 전과 달리 이제는 제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올림픽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전설적인 선수로 남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미 전설로) 남았죠 뭐"라는 말로 좌중을 압도했다.

함께 절차탁마(切磋琢磨)한 고다이라에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나는 500m만 했지만 (고다이라) 나오는 1000m와 1500m 모두 뛰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마인드도 대인배스럽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한 선수로서의 이면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그는 "은메달도 색깔이 예뼈서 소장가치가 있을 것 같다. 저에게 굉장히 값진 은메달이어서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면서 "캐나다에서 3년간 훈련하며 살았다. 이제는 이사를 위해 가야 하는데 여름에 어머니와 여행을 겸해 함께 갈 계획"이라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