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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성공적인 평화올림픽·단일팀, 과정은 다시 봐야


스포츠 교류 통한 화해 무드 가능성 봐, 성급한 팀 구성은 부정적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가장 큰 고민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었다. 미국과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컨셉트로 잡은 '평화올림픽'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과 걱정이 있었다. 일부 외신에서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동계 스포츠 강국들이 올림픽 참가를 놓고 고민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법은 대면 외교였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프랑스로 날아가 고위 관료를 만나 접촉해 참가한다는 확답을 받아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격 올림픽 참가 선언으로 가장 큰 안전 문제가 해결됐다.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응원단과 예술단을 파견하는 등 이질감 해소에 주력했다. 차츰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이 익숙해지면서 올림픽 참가 객체의 하나로 인식됐다.

북한 선수단도 아이스하키 12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 김주식과 쇼트트랙,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5개 종목에 총 2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특히 렴대옥과 김주식은 13위에 오르는 깜짝 실력을 보여줘 주목 받았다.

북한 선수단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올림픽은 진정한 지구촌 축제가 됐다. 북한 취재진까지 방남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다수 외신과 국내 취재진이 자신들을 취재하자 "거 왜 같은 기자끼리 찍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초반 경직된 자세를 보였던 선수들이나 임원들도 전보다는 유연했다. 물론 단일팀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선수들과 대화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짧게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응원단을 관리하는 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외에도 동계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등도 처음 올림픽에 데뷔했다. 지구인의 축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음을 알려줬다. 인원이 적어도 모두의 축제였다.

토마스 바흐 회장도 북한을 비롯해 동계스포츠 개발국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끈다는 계획을 세우고 2022 베이징올림픽까지 단일팀 호흡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평화올림픽의 상징 중 하나인 단일팀은 취지와 결과로만 보면 꽤 성공적이었지만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까지 단일팀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위해 우리 선수끼리 해외 훈련 등 조직력을 구축해왔고 새라 머리(캐나다) 감독도 난색을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와 함께 단일팀을 갑자기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시각에 2, 30대를 중심으로 뼈있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일본전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이 역사적인 골을 넣으며 단일팀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알려줬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내용이 더 좋아지는 모습도 있었다. 처음 올림픽을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평받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과도한 정치 개입은 분명 옥에 티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며 솔직한 태도도 보였다. 또, 이전 단일팀처럼 숙소 생활을 함께하지 못해 훈련과 식사 시간에만 주로 만나야 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24시간 함께 있어야 하나의 팀이 완성된다는 것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머리 감독이나 선수들은 한결같이 단일팀에 대해 목적은 이해하지만, 기간에 대해서는 확실한 태도를 보였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도 우리 선수들처럼 또래 소녀들이다. 함께 일상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더 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골리 신소정도 마찬가지, 그는 "만약 단일팀을 하게 된다면 최소 3~4년의 세월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름으로 한 번에 무엇을 노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단일팀이 평화 올림픽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향후 스포츠 외교에 대한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처음 경직됐던 만남이 헤어지는 순간 서로 눈물을 흘리며 '기약 없는 다음'을 외치는 장면에서 한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치가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날 것인 스포츠가 풀어주며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줬다.

조이뉴스24 평창·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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