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KBL이 12시즌만에 외국인선수 제도를 변경한다.
KBL은 5일 이사회를 통해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한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확정했다.
가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신장이다. 지난 2004~2005시즌 도입해 2006~2007시즌까지 3년간 시행했던 신장 제한이 다시 부활했다.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두 선수의 총합이 400㎝를 넘어서는 안되고 한 선수의 신장이 208㎝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근 3년간 KBL이 시행해 재미를 봤던 장단신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장신선수의 신장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장신선수는 200㎝ 이하, 단신선수는 186㎝ 이하로만 뽑을 수 있다. 기존 시행한 방식에서는 장신선수는 제한이 없고 단신선수는 193㎝ 이하의 선수만 선발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키를 낮추자는 이야기다.
이 제도가 시행되는 2018~2019시즌부터는 기존의 200㎝가 넘는 선수들은 볼 수 없다. 찰스 로드(전주 KCC)나 로드 벤슨(원주 DB) 등 KBL 무대에서 오랜기간 활약했던 선수들도 한국 무대와 작별을 고해야한다. 이에 더해 KBL이 이미 제한적 자유계약제(총액 70만 달러 제한)를 시행하기로 한 만큼 차기 시즌에는 익숙한 외국인선수들이 아닌 새로운 외국인선수들이 각 팀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KBL이 단신 선수들의 신장을 더욱 낮추기로 한 것은 사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KBL은 과거 장단신 선수 제도를 도입할때 단신 선수들의 신장 제한을 더욱 낮추려 했었다.
193㎝보다도 낮은 신장으로 해야 '언더사이즈 빅맨'이 아닌 이른바 '볼 핸들러'인 단신 가드 선수들의 유입이 더욱 활발해진다는 논리였다. 이 시도는 무산됐고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조 잭슨(전 고양 오리온)이나 키퍼 사익스(안양 KGC) 등이 들어오기도 했다.
KBL은 외국인선수들의 '단신화'가 보다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에 도움이 된다고 간주하고 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빠른 경기속도를 통한 평균 득점 향상과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조이뉴스24'와 통화에서 "단신 외국인선수들의 합류로 팀의 페이스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페이스(PACE)란 '한 팀의 경기당 볼 소유권 횟수'로 경기 속도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다. 이미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활용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득점이 많이 나오면 경기의 재미가 올라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하면서 "조 잭슨이나 키퍼 사익스같은 단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 속도가 올라갔고 농구의 재미도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일 이사회에 KBL이 내민 참고 자료에도 경기 속도에 관한 사실이 명시돼 있다. 2017~2018시즌 KBL 5라운드를 기준으로 페이스가 가장 높은 상위 세 팀(원주 DB, 안양 KGC, 서울 SK)의 평균 득점이 다른 팀들보다 많게는 2.6점까지는 차이가 난다.
이 자료만 보면 단순히 단신 외국인선수의 합류가 다득점 그리고 경기 속도의 상향과 연관이 있다는 KBL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엔 적합하다.
그러나 다득점과 재미가 과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구계 관계자는 "현재 떨어진 농구 인기를 회복하는데 제도의 변경이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경기장에 왔을때 먹거리나 즐길거리에 대한 것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 관계자는 "페이스에 대한 설명은 KBL의 합리화"라면서 단신 외국인선수들의 경기 속도가 올라간다고 경기가 재밌어지는 게 확실하냐고 물으면 KBL 측도 모른다고 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변화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시청률이나 농구 인기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라며 "외국선수들의 신장 제한보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들의 활발한 교류 등 국내 선수들이 더 활약할 수 있는 제도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리그의 흥행 요소를 찾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차기 시즌엔 외국인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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