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오랜만에 가슴 뛰게 하고, 가슴 저리게 하는 한국 멜로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제작 무비락)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 분)가 장마가 시작되는 어느 여름 날,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분)과 아들 지호(김지환 분) 앞에 나타나는 이야기. 판타지 장르에 로맨스를 가득 채운 작품이다.
영화는 수아가 없는 우진과 지호의 일상을 그리며 시작된다. 달걀 후라이 하나 제대로 뒤집지 못하고 옷 단추를 똑바로 채우지 못하는 우진. 무더운 날씨에도 비가 내리면 돌아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며 우비를 입고 등교하는 지호. 수아의 빈자리와 이들의 그리움은 일상 속에서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이와 함께 여름날의 녹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싱그럽고, 약간은 몽환적인 영상미는 극의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린다.
꿈처럼 그들 곁에 돌아온 수아. 지호는 엄마와의 재회를 행복해 하지만 우진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그는 기억을 잃은 수아에게 지난 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놓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금씩 펼쳐지는, 수아를 향한 우진의 첫사랑 이야기와 함께 이들은 서서히 다시 사랑에 빠진다. 우진과 수아가 말을 놓았다는 것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영화는 이들의 감정선을 부드럽게 잇는다.
조금씩 몰래 훔쳐보는 설렘,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 못하는 망설임, 작은 스킨십에 가슴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 카메라는 오롯이 1인칭 시점에서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겪는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여기에 처음 손을 잡고, 처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그 '순간'에 집중해 보여줌으로써 몰입도를 높인다. 모두가 겪었을 과거 첫사랑의 기억과 감정을 슬며시 꺼내보게 하는 대목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감성은 차곡차곡 쌓이고, 애절함으로 폭발된다. 그 과정에서 우진의 순애보, 수아의 모성애, 감춰진 수아의 사랑까지 각각의 인물과 이들 간에 오가는 감정선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린다. 특히 우진과 수아는 극의 절정에서 오로지 눈빛과 표정만을 주고 받으며 먹먹함과 절절함을 깊게 표현한다. 영화가 신파스럽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본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일본 드라마·영화로도 리메이크됐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의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일본 영화와 드라마보다 더 진하다. 에피소드 몇 개를 더하고 코믹함을 덧입혀 원작보다 더 빠른 몰입도과 속도감을 만들어냈다. 코믹함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극의 주된 감정선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정도로만 사용된다. 상업영화로써의 흥행 포인트다.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은 영화를 '완성'시킨다. 우진의 사랑은 우직하고 그만큼 단단하다. 소지섭은 수아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눈빛과 표정 등 소리 없는 묵직함으로 그린다. 여기에 핑크색 자켓을 입고 실수를 연발하며 첫사랑의 서투름과 어설픔을 표현할 땐 웃음을 유발, 극의 유쾌한 분위기를 책임진다. 또한 아들 지호와 친구 홍구 역 고창석과 펼치는 부자(父子)·절친케미도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
손예진은 눈부시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멜로퀸'이라는 대명사를 얻은 그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멜로퀸'의 귀환을 알린다. 첫사랑의 설렘, 애절한 이별의 아픔, 아들을 향한 애틋함 등 극 중 드러나는 감성 모두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름향기'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잇는 손예진의 대표 멜로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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