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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펫]오연아, 포미와 17번째 봄을 기다리며


"노령견 포미, 부부 같아…잘 이별하고 싶어요"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동물 사랑은 생명 사랑입니다. 우리 옆에 있는 반려동물은 생명 사랑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 1천만 명 시대,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가꾸어 가는데 최고의 덕목 역시 사랑입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사랑앓이'를 해보려 합니다.

연예스포츠 전문매체 조이뉴스24와 반려동물 전문매체 노트펫이 공동으로 기획, 취재한 '스타♡펫'을 연재합니다.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과 '동고동락'하는 스타들의 알콩달콩한 삶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행복과 사랑 바이러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합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배우 오연아와 반려견 포미는 함께 맞을 17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있는게 너무나 당연했던 존재, 그러나 이제 조금씩 이별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다. 오랜 친구이자 동생 같은 포미와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소중하게 보내고 있는 나날들이다.

촬영 전에도 병원 신세를 져서 오연아를 마음 졸이게 했던 반려견 포미가 카메라 앞에서 모처럼 '꽃단장'을 했다. 직접 손뜨개질 한 핑크색 스카프에, 핑크빛 리본으로 멋을 냈다. 오연아는 "포미가 이렇게 꾸민 건 17년 인생 처음이다"라며 "우리 포미 동안이죠"라고 웃었다. 포미는 인터뷰 중에도 오연아의 곁을 맴돌고, 오연아의 시선은 내내 포미를 쫓다가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따스함이 공간을 꽉 채운다.

오연아의 반려견 포미는 17살 노령견이다.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 섬유유연제 이름을 따서 포미라고 이름을 지었다. 오연아는 "어릴 때 토끼를 키웠는데, 죽고 나서 너무 우니까 할머니가 아는 곳에 가서 포미를 데리고 왔다. 그 때부터 17년 동안 함께 했다"고 했다.

살짝 걷는 것이 불편해보이는 포미를 보며 "원래 사냥개 같다고 할만큼 잘 짖고, 잘 뛰고 그랬다. 말썽꾸러기였다"고 했다. 한 번은 한강에서 산책을 시키다가 생긴 웃지 못할 추억을 꺼내놨다.

"포미가 뛰는 걸 잘했어요. 잠원한강지구에서 반포까지 왔다갔다 했어요. 한 번은 저인 줄 착각하고 조깅하는 여자분을 따라간 적이 있어요. 저도 쫓아가느라 정말 힘들었죠. 그걸 보고 자전거 타는 분이 막아줘서 포미를 붙잡았죠. 그런데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반포지구에 잠시 풀어놨는데 물에 풍덩 뛰어들었어요. 반포에서 잠원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체온이 떨어질까봐 둘이서 막 뛰어갔던 기억이 나요. 그게 벌써 5년 전이네요."

그랬던 포미가 벌써 17살이 됐다. 노령견이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일들이 생긴다. 얼마 전 치매 증세인줄 알고 병원을 데리고 갔다가 뇌이염 판정을 받고 입원했었다. 오연아는 "집에서 매일 주사를 놓고, 항생제를 놓는다. 약을 먹이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위험하면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하던데, 나도 모르게 그 과정을 계속 찾아보게 된다"라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포미를 바라봤다.

오연아는 포미에게 예쁜 옷과 값비싼 소품으로 치장을 해주거나, 혹은 고급 케어를 해주며 키우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키우고 싶었다"는 마음도 있었고, 오히려 무명배우 시절에는 포미의 병원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날들도 있었다.

"저는 강아지를 화려하게 키우고 잘해주고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쉽게 강아지를 키우진 못했어요. 병원에 두 번 갈 걸 한 번 가고 세달에 한 번 미용할 걸 6개월에 한 번 하고. 힘들게 키웠어요. 좀 무디게 반응을 했던 주인이었던 것 같아요."

오연아는 포미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부부'라고 비유하며 "별로 대화를 안해도 어색하지 않고, 밥 주면 밥 먹고 그런 사이였다"고 했다. 포미를 키우며 귀찮은 날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한집에서 키우다가 포미가 5살 때쯤 전 서울로 왔어요. 배우 일을 시작하다보니 혼자 케어를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한동안 집에도 못 갔어요. 포미 눈빛을 보면 발이 안 떨어져서요. 한 번은 엄마한테 연락이 와서 포미가 우울증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밥도 안 먹고, 제 짐이 있는 방에만 들어간다고. 그래서 다시 데리고 와서 쭉 함께 있었어요. 물론 키우다보면 귀찮은 일도 많이 있었죠.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그러지 못하고."

포미와 함께 하는 일상이, 너무나 당연했던 그 시간들이 포미가 나이가 들고 아프고 나니 더 애틋하고 소중해졌다. 그는 "둘 다 무뚝뚝한 성격이다. 포미가 아프고 나서 훨씬 더 친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포미를 안고 자지 못했다. 포미가 나이가 들었구나 느낀 게, 제 침대로 올라와서 자더라. 몇 번 굴러떨어지고 나서 바닥 매트에서 지낸다. 언제까지 안고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포미의 노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고 있다. 오연아는 "물과 간식을 안 먹고, 자꾸 혼자 있으려고 하고, 울고, 구석으로 도망간다"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노령견이라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가겠지'라며 덤덤하게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오연아에게 포미는 어떤 존재일까.

"어렸을 때는 산책하다보면 포미가 몇 번이나 뒤로 돌아봤어요. 어느 순간에는 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 가끔 돌아보고, 요즘에는 뒤도 안 돌아봐요. 제가 항상 있다는 걸 아는 거죠. 확신의 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포미에게 위로 받는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고맙다는 마음보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포미 때문에 일을 안하고 있을 때는 불안했어요. 내가 끝까지 책임을 못 질까봐. 이젠 포미가 있는 자리와 없는 자리가 너무 다른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서운해하지 않을래요."

오연아는 포미와 '잘 이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포미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대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포미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강아지들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마음으로 배웠다. 입양되거나 치료 받아야 하는 강아지들의 이동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제 강아지만 있다고 살기에는, 마음이 좀 불편해요. 거창한 일은 할 수 없겠지만, 마음이 가는 곳은 있어요. 이동봉사에 대한 마음이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이동봉사를 하려고 필요한 준비물도 다 마련해 뒀는데 그쪽 사정이 생겨서 못하게 됐어요. 다른 강아지가 잠시 온다고 해도, 포미는 서운해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올 겨울도 오연아의 곁에서 함께 했던 포미였다. 오연아는 "둘이 함께 꾸며입고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라고 즐거워하며, 애틋해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포미가 따뜻한 봄만 지나고 가면 좋겠어요. 올 겨울 유독 한파가 심했잖아요. 대형견 산책할 때 같이 가서 놀아줬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몇 개월 동안 외면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벚꽃 피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포미와 다음 봄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0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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