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선수를 앞당겨 쓴 적은 없습니다. 144경기 하려면 원칙대로 하는 게 맞죠(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단호하게 자신의 원칙을 이야기했다. 그가 내세운 원칙은 한화엔 더할 나위없는 약이다.
한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선발로 LG에 강한 김재영을 내세우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이었다. 김재영은 2017시즌 LG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했다. 피안타율도 2할2푼8리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상대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 전 LG를 상대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어놨다. 스윕의 가능성도 남긴 상태였다. 욕심을 부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스윕의 확률을 상승시킨다면 로테이션을 조정해 배영수 대신 김재영을 선발로 투입하는 방안도 머리 속을 스쳤을 법도 하다.
하지만 한 감독은 단호하게 '노(NO)'를 외쳤다. 그는 "지금까지 코치 생활을 하면서 투수를 앞당겨 쓴 적이 없다. 상대에 약하고 강하고에 따라서 맞추고 돌려쓴 적이 없다"면서 "144경기를 하려면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당겨 쓴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다. 그는 "무리수를 둬서 초반에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엔 독으로 돌아온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독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시즌 전반에 에이스를 앞에 끌고 와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중에 과부하가 생겨서 망가지기 십상이더라. 그래서 투수코치 때부터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로테이션을 무리하게 조정한다는 것은 가시적으로 봤을땐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선수 개인이나 팀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있어선 안된다는 일이었다.
그는 실제로 올 시즌 선수들 앞당겨 쓴 적은 없다. 딱 한 명, 외국인 1선발인 키버스 샘슨의 로테이션을 5일에서 4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는 앞당겨쓴다는 의미가 아닌 샘슨이 미국에서부터 해온 투구 리듬에 '맞춰준 것'이다. 한 감독의 배려 속에 샘슨은 초반 3경기 부진을 딛고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투구와 함께 한화의 1선발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 감독의 배려가 통한 부분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한화는 선발진의 잦은 붕괴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를 앞당겨쓴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선발 투수를 이른 이닝에 강판시키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러한 교체 방식이 고스란히 불펜의 부담으로 돌아왔고 결과적으론 투수진 전체의 밸런스 파괴를 초래했다. 평균자책점이 5.28로 리그 8위에 해당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직 리그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 한화의 마운드는 힘을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샘슨과 제이슨 휠러는 한화가 지금까지 바라 마지않던 외국인 원투펀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당찬 신인 김진욱은 물론 박상원과 서균 등 젊은 선수들이 가세했다. 송은범과 이태양, 안영명 등 중고참들도 불펜에서 안정감을 발휘하는 중이다. '세이브 마스터' 정우람도 마찬가지다. 팀 평균자책점 순위는 4.83으로 리그 4위에 해당한다. 한 감독의 마운드 운용 원칙이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 감독의 로테이션 원칙대로 선발 등판한 베테랑 배영수는 이날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제몫을 했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의 7-3 대승의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지난 2010년 5월 13일 이후 2천912일만에 LG와 3연전을 쓸어담으면서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사실 모든 스포츠는 결과론적이다. 승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정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느냐 또한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감독이 내세운 원칙은 비록 초반이지만 팀에게 과정의 중요성 그리고 결과의 무게감 모두 부여하고 있다. 그의 원칙은 2018시즌의 한화에겐 분명 묘약이다.
조이뉴스24 대전=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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