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시간 동안은 꼼짝도 하지 말라던데요."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일 일찌감치 태국 부리람에 입성한 전북 현대 선수단은 큰 문제 없이 현지 적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북이 머무는 숙소에 6일부터 부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투숙객은 물론 숙소 직원들 모두가 얼굴 사진이 박힌 AD카드를 착용했다. 숙소 보안이 6일부터 빡빡해지더니 7일에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알고 보니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부리람에 방문한 것, 이날 오전 방콕에서 항공편으로 부리람 공항에 도착한 쁘라윳 총리는 군경의 대대적인 경호를 받으며 시내로 이동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선더 캐슬에서는 3천명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고 한다. 부리람 유니폼을 입은 지지자들이 땡볕에서 쁘라윳 총리의 연설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태국 매체 방콕 포스트는 '쁘라윳 총리가 지지자들 앞에서 애국심을 호소했다. 또, 자작곡을 부르는 등 분위기를 달궜다'고 전했다.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미리 지지세를 올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필 전북의 숙소를 쁘라윳 총리가 머물게 되면서 경기를 준비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총리가 숙소를 오가는 시간대에는 이동에 제한이 생겼다. 호텔 건물 앞에는 경호, 경찰력이 보였고 외곽에는 군병력도 배치됐다. 외부인의 추가 숙박 예약도 모두 차단됐다.
이날 오후 늦게 부리람에 도착한 백승권 전북 단장, 김동탁 부단장도 쁘라윳 총리가 머무는 시간을 피해 숙소에 들어갔다. 전북 관계자는 "호텔 측에서 갑자기 출입 AD카드를 모두 만들라고 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총리가 머물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특정 층으로는 이동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절묘하게도 8일 전북과 부리람의 ACL 16강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 김에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동선도 가능하다.
높은 사람(?)이 오면 선수들의 전투력이 상승하게 마련이다. 관중의 응원 열기도 더 뜨거워진다. 전북은 지난 2006년 알 카라마(시리아)와 ACL 결승 2차전 원정 경기 당시 바시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이 관전, 4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체험하며 어렵게 우승을 차지했더 경험이 있다.
그러나 쁘라윳 총리는 일정상 이날 오전 방콕으로 돌아갔다. 전북 입장에서는 총리의 불참으로 작은 부담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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